/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자서전/41/모두가 하나 된 보령가족

2016.04.11 07:00:18

창업 이래 크고 작은 고난을 숱하게 겪고 또 헤쳐 나온 나였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안양공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만큼 허망함과 좌절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내가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버린다면 나를 믿고 따르는 모든 사원들은 나보다 몇 갑절의 허망함과 좌절감에 빠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인근의 여러 공장이나 제약회사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문제는 유독 우리의 피해규모가 그 중에서도 가장 크다는 것이었다.
일단 안양공장이 입은 직접적인 피해액은 5억원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액을 의미했고, 완제품피해와 
영업공백으로 인한 손실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액은 12억원 이상으로 추정되었다.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피해였다.
수해를 당하기 전 해인 1976년 우리는 전년 대비 36.6%라는 고성장을 이룩하며 전 사원이 업계의 정상을 향해 매진하고 있었다. 또한 신약개발이나 영업 활동 면에 있어서도 모든 사원들이 강한 의지와 자부심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런 만큼 느닷없이 닥친 수해가 우리 모두에게 준 충격과 실망감은 더욱 큰 것이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내 자신의 손때가 묻은 기계가 진흙으로 범벅이 되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제품들이 흙탕물에 휩쓸려 나간 현장을 보았을 때의 허탈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창업 이래 크고 작은 고난을 숱하게 겪고 또 헤쳐 나온 나였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안양공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만큼 허망함과 좌절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폭우로 인해 전 사원이 매달린 복구작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내가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버린다면 나를 믿고 따르는 모든 사원들은 나보다 몇 갑절의 허망함과 좌절감에 빠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에 잠긴 시설은 개.보수하거나 대체할 수 있고, 못쓰게 된 제품은 폐기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월들이 의욕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어떤 어마어마한 액수의 복구비로도 복구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물이 빠져나간 후 곧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장화를 신었다. 그리고 200여명의 사원들 앞에 서서 ‘우리는 반드시 재기한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사원들은 충격에서 벗어나 이내 공장의 재건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수해복구는 무엇보다도 공장  시설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었다.
비록 각종제품이나 부자재는 유실되거나 못쓰게 되었지만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계만은 다시 가동을 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가장 피해가 컸던 지하층 겔포스 생산 설비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루어졌다. 겔포스 시설은 1975년 첫 생산을 시작한 신형 기계들로서 그 설비만 해도 대단한 규모였는데, 불행하게도 이 설비는 고쳐 쓸 수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기계 전체가 완전 침수되었기 때문에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겔포스의 재생산이 무엇보다 시급했던 우리는 그런 조사 결과에 크게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공무과장으로 있던 황용수(黃鏞秀)가 보수를 해 보겠다며 자원을 하고 나섰다. 그러더니 그날부터 밤을 새워가며 기계에 매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겔포스 설비는 부분적이나마 가동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황용수의 끈질긴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겔포스 라인의 수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전 사원이 매달린 복구작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폭우가 끝난 후 이번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공장 전체에 깔려있는 진흙은 리어카에 실어 치우느라 직원들은 쏟아지는 비지땀을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한편에서는 지하층의 젖은 제품들을 릴레이식으로 밖으로 운반했고 그 중 쓸 만한 것들은 2층 강당으로 옮겨 정리를 했다. 특히 알루미늄으로 된 용각산 용기는 사용 가능한 것을 최대한 살려보기로 하고 여직원들이 정리를 맡았다.
복구 작업에는 지방 영업소 직원들도 참여했다. 본사의 수해소식을 듣고 열차나 기차를 타고 속속 안양공장까지 달려와 주었다. 물에 젖어 못쓰게 된 제품들을 건져 머리 위로 들고 나오는 참담함속에서도 평소 얼굴을 몰랐던 지방 영업소 직원들은 서로 인사와 격려를 나누며 새삼 보령가족으로서의 동지애를 북돋우기도 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진흙 속으로 들어가 기계들을 닦고 제품을 정리 하며 재기의 집념을 보여주었다.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하거나 상황보고를 받을 때, 심지어 식사를 할 때도 장화를 벗지 않았다. 그리고 흙투성이가 된 직원들에게 수시로 ‘우리는 재기하고 만다

김용발 기자 kimybc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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