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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보령제약 그룹 회장 자서전/52/캡토프릴 특허분쟁과 정도(正道)의 가치

한 눈 팔지 말고 외길을 가는 삶이 진정한 가치

인생의 손익계산서란 결코 수치상의 결산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그 내용에 얼마만한 땀과 정열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정도를 걷자. 한 목표를 정해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면 한 눈 팔지 말고 외길을 가는 삶이 진정한 가치다운 것이다.


1987년 8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선진국형 특허제도라 불리는 물질특허가 시행됨에 따라 국내 약업계를 포함한 정밀화학업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 제도의 실시는 결국 외국 제약업체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제약업 대외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선진국의 첨단 과학에 의해 생산된 신물질이 상륙할 것이 분명했고, 지금까지 개량적인 연구에 의해 대부분의 의약품을 생산해왔던 국내 제약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구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제약에 응용해야 했는데, 국내 업계의 경우 그에 따른 막대한 설비나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던 문제들이 국제 분쟁으로까지 번진 사건이 발생했다. 보령제약이 자체 연구에 의해 개발해낸 치료제에 대해 외국의 제약회사가 특허 시비를 일으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보령제약이 개발해낸 치료제는 고혈압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캡토프릴(Captopril)이었고, 특허 분쟁의 당사자는 미국의 제약회사인 스퀴브사였다.



업무중인 김돈기 전무. 김전무는 미국 스퀴브사를 방문, 캡토프릴의 특허분쟁에 대한 타결을 짓고 귀국하던 중 비행

기내에서 과로로 쓰러져 기내에 탑승한 의사와 간호사의 응급처치를 받고 기력을 회복했다.


우리는 이미 70년대 말부터 다가올 제약산업의 환경변화에 대처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물질을 찾아 이를 산업화하는 일이었다. 하나의 유용한 신물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여러 합성방법을 통하여 약 1만 개 정도의 이론상 가능성이 있는 후보 신물질을 만들어야 하며, 이 물질들에 대해 각각 활성 및 독성 테스트와 임상시험 등을 거쳐야 한다. 내가 중앙연구소 신설과 확장을 서둘렀던 것도 바로 이 같은 과정을 능동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특히 80년대로 들어서면서 물질특허제도의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신제품연구개발에 고심하던 가운데 세계적으로 그 효과가 인정된 바 있으며, 안정영역이 확보된 캡토프릴을 연구 테마로 선정하게 되었다. 당시 기존의 고혈압 치료제들은 어느 정도 그 효능이 인정되고 있었지만 심한 부작용과 약제 내성(耐性)으로 인해 그 사용이 제한되어 오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약효와 안정성이 우수한 캡토프릴이 순환기관용 약제로서 장차 새로운 고혈압 치료 약물로 각광받을 것을 확신했던 것이다.
연구테마를 선정하면서부터 광범위한 문헌조사와 함께 각종 연구실험을 시작했으며, 1982년 초 새로운 시설의 중앙연구소가 준공되면서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 결과 중앙연구소 내 제 1연구실의 캡토프릴팀은 1984년에 캡토프릴에 관한 세 가지 새로운 제조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중앙연구소 연구원들과 관계직원들의 2년여에 걸친 밤낮 없는 노력의 결과였다.
우리는 캡토프릴 개발에 성공하자마자 우선 한국에 특허출원한 후 기술 선진국인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자유중국 등에 특허를 출원하여 이들 모든 국가로부터 모두 18건의 특허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이렇게 특허권을 보유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1986년 9월 제1특허가 한국특허청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공고되면서 캡토프릴에 대한 도전이 다방면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1986년 11월 미국 스퀴브사는 ‘신규성과 진보성이 결여되었고, 실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특허청에 제1특허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 분쟁은 1년이라는 지루한 시간이 경과한 후 보령제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스퀴브사는 이의신청이 처리되는 동안 특허기술에 대한 이론적인 반론을 제기하기 보다는 우리 정부 각 부처에 대해 ‘보령제약의 특허를 인정하지 말라’는 정도(正道)를 벗어난 공세를 취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보니 제2, 제3 특허에 대해서는 임시적 이의 신청을 하는데 그치고, 구체적 이유나 증거를 제출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 공방을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는 그들의 공방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정도를 걸었다. 그 결과 캡토프릴 생산을 위한 원료 허가 및 보호 지정을 보사부에 신청했고, 보사부의 감독아래 제조 공정 및 실시에 대한 실사를 받아 그 기술성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캡토프릴 분쟁은 특허심사 실무기관인 특허청에서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간의 통상협의 테이블에서도 현안 문제로 대두되었고, 미국정부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무역분쟁화 하고 있었다. 마침내 이 문제는 법정으로까지 비화, 스퀴브사는 1988년 2월 서울 민사지방법원에 ‘보령제약의 특허는 스퀴브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 같은 그들의 행위는 이미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그러나 진정한 승자는 결국 정도를 걷는 자의 몫이 되기 마련이다. 다섯 차례의 변론을 거친 후 법원은 결국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스퀴브사의 비이성적인 태도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1988년 4월 ‘보령제약에 특허와 제조허가를 인정했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정부를 상대로 통상법 301조에 의한 미국 대통령의 ‘보복 조처를 요구하는 청원’을 통상대표부(VSTR)에 제출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캡토프릴이 한국에서의 ‘물질특허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보건사회부의 허가절차 및 특허청의 절차를 포함한 한국의 사법절차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주장이 부당함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특허를 얻은 점을 상기시키고, 물질특허에 못지않게 제조방법 특허심사가 엄격한 이들 국가의 기술적 특징을 비교 제시하여 스퀴브사가 주장하는 특허침해에 대해 당당히 반박했다. 그 결과 1988년 5월 스퀴브사는 301조 청원을 스스로 취하했고, 1990년 4월에는 서울 민사지방법원에 제출했던 특허침해 소송마저 스스로 취하했다. 이로써 창사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은 지루한 특허분쟁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기에 이른다. 변호사 비용만 10여만 달러를 투자해 얻은 결과였다.
스퀴브사의 특허분쟁을 승소로 이끌기까지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김돈기 전무였다. 김전무는 협상 창구역을 맡아 동분서주하던 중 1989년 4월, 나와 함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던 여객기 안에서 과로로 졸도를 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당시 스퀴브사가 스스로 301조 청원을 취하한 후였지만 아직 법원의 소송 건이 남아있어 특허 분쟁이 완전히 종결된 상태는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김전무는 나와 함께 도미(渡美), 직접 스퀴브사측과 협상을 벌여 내부적인 타결을 완료한 후 귀국을 하던 길이었다. 그동안 과로가 쌓인 데다 협상이 타결된 데 따라 긴장이 풀린 탓인지 김전무는 화장실을 나오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그 바람에 머리, 코, 이마를 찢기는 상처를 입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마침 기내에 서울대 병원의 인턴과 미국에 이민을 간 한국인 간호사가 있어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던 점이다. 김전무가 응급처치를 받는 동안 나는 정말이지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데려다가 졸지에 죽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옛날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 손가락을 깨물어 피라도 먹이고 싶었다.
다행히 김전무는 정신을 차리고 기력을 회복했다. 여객기 관계자들은 앵커리지 병원에 연락을 취해놓았으니 내려서 진찰을 받으라고 권했지만 김전무는 끝내 사양했고, 우리는 그냥 귀국길에 올랐다.
이처럼 많은 우여곡절 끝에 얻어 낸 특허분쟁 승소는 국제적으로 우리 기술력을 인정받은 쾌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보령제약은 명실 공히 세계적인 의약품 기술 개발력을 갖춘 제약회사로 부상했고, 캡토프릴에 이어 시놀린계 화학요법제, 퀴놀린계 화학요법제, 페니실린계 및 세파로스포린계 항생제, 소화기관용 약제, 간염 및 암치료제 등 많은 외국 특허권을 보유한 회사로 발전해 갔다. 국내 약업계에서 국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가 된 것이다.
캡토프릴은 ‘카프릴’이라는 제품명으로 1988년 2월 13일 안양공장 강당에서 발매식을 가졌다. 나는 이날 기념식을 하는 자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마음가짐이 되었다. 당당히 정도를 걷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렇지만 그 결과는 얼마나 보람된 것인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인생의 손익계산서란 결코 수치상의 결산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그 내용에 얼마만한 땀과 정열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정도를 걷자. 한 목표를 정해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면 한 눈 팔지 말고 외길을 가는 삶이 진정한 가치다운 것이다.
캡토프릴을 둘러싼 특허 분쟁은 나에게 정도의 가치를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들인 시간과 비용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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