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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레저.신간

출산, 기쁨과 축복이 되지 못하고

조선 왕비 46명 중 출산과 관련해서 4명이 사망

문종의 왕비인 현덕왕후는 세자빈 시절 단종을 낳은 바로 다음 날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산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23세 4개월 때이다. 한명회의 셋째 딸로 예종의 왕비인 장순왕후는 세자빈 시절 인성대군을 낳은 뒤 닷새 만에 산후병으로 요절했다. 16세 10개월 때이다. 이때 아버지가 된 예종의 나이는 11세 11개월이었다. 중종의 제1계비인 장경왕후는 아들(인종)을 낳고 엿새 만에 역시 산후병으로 별세했다. 23세 7개월 때이다.

  

인조의 왕비 인렬왕후는 결혼생활 25년을 통해 6남 1녀를 낳았다. 왕후는 41세 5개월 때 마지막 출산을 하고 나흘 뒤 세상을 떠났다. 소생 중 소현세자는 33세, 효종은 40세, 인평대군은 36세까지 살았다. 30세에 낳은 용성대군은 5세 때 죽었고, 그 뒤로 출산한 2남 1녀는 3개월도 살지 못했다. 근대 이전, 출산연령과 자녀 수명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출산과 관련된 사망을 모성사망이라고 하며, 모성사망비는 출생아 10만 명당 사망하는 산모 수이다. 요즈음 한국의 모성사망비는 11명이며, 다른 선진국들도 대체로 10명 내외이다. 하지만 소말리아 등 일부 국가는 지금도 1,000명이나 된다. 근대 이전의 관련 자료가 비교적 충실하게 남아 있는 스웨덴의 경우, 1700년대 모성사망비는 오늘날의 소말리아와 비슷했다. 


-출산, 기쁨과 축복이 되지 못하고 


조선 왕비 46명 중 출산과 관련해서 4명이 사망했다. 즉 왕비들의 사망원인 가운데 출산후유증이 9%이다. 행장류 자료를 이용한 김두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조선시대 양반여성 193명 중 출산과 관련한 사망자는 25명으로 13%에 이른다. 이것만으로 보면 왕비들의 모성사망은 양반여성들보다는 조금 낮다.

  

모성사망을 조금 더 검토해보자. 왕비 46명이 출산한 자녀는 모두 109명이며, 이 출산 때문에 4명이 사망했다. 행장류 자료의 양반여성들은 모두 838명을 출산했고, 모성사망은 25명이다. 출생아 10만 명당으로 나타내면 왕비는 3,670명으로 양반여성 2,983명보다 더 높다.

  

왕비와 양반여성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조선시대 최상위 계층 여성들의 10% 내외가 출산 때문에 사망했고, 출생아 10만 명당으로 나타내면 3,000명가량이다. 요컨대 출산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였다.

  

왕비들이 낳은 자녀 109명 중 수명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모두 104명이다. 여기에서 피살당한 8명을 제외한 96명의 수명 평균은 27세이다. 왕자는 28세, 공주는 26세이다. 왕의 수명 평균 45세, 왕비 51세에 비해 각각 17세, 25세나 짧다. 15세를 넘긴 왕자들은 평균 41세, 공주들은 42세로 아버지, 어머니와의 차이가 각각 4세와 9세로 크게 줄어든다. 사실 왕과 왕비의 수명은 전근대 시절치고는 대단히 긴 편이다. 같은 시기 중국과 유럽 왕가와 비교해도 길면 길지 짧지 않다. 왕과 왕비가 윤택한 생활을 하고 보살핌을 잘 받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이들 모두 사망률이 극히 높았던 영유아기를 넘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5세를 넘겨 생존한 경우는 왕자 67%, 공주 58%이다. 행장류 자료로 연구한 결과는 남녀 모두 50%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듯이 왕비 소생들이 양반여성의 자녀들보다 생존력이 높았다. 두 자료를 종합해볼 때 조선시대 사람들의 15세 생존율은 50%를 넘지 못했고, 평균수명은 27세 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민중들의 건강 수준이 왕자, 공주나 양반 자녀들보다 나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요절했기에 험한 일 당하지 않은 왕비들  
 
 ‘자식을 앞세우는 일’보다 더 큰 비극은 없다고들 한다. 자녀를 낳은 왕비 28명 중에서 25명은 자기 눈으로 자식의 죽음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러한 불행을 당하지 않은 왕비는 신덕왕후(태조 비, 1356~1396), 장순왕후(예종 비), 장경왕후(중종 비) 등 3명뿐이다. 신덕왕후도 명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장순왕후와 장경왕후는 앞에서 보았듯이 각각 16살, 23살 때 출산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 험한 꼴을 보지 않았을 뿐이다.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어머니를 잃었던 인성대군은 2년 뒤에 어머니 장순왕후를 뒤따라갔다.

  

폐비 신씨(연산 비)는 7자녀 모두, 순원왕후(순조 비)는 5자녀 모두, 정희왕후(세조 비)와 소혜왕후(덕종 비)는 3자녀 모두를 앞세웠다. 고종의 왕비 명성왕후는 다섯 중 넷을 첫돌이 되기 전에 땅에 묻었다. 자녀를 가장 많이 두어 다복했다는 소헌왕후(세종 비)도 셋을 자신의 손으로 장사지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조선시대 3대 여성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허난설헌(1563~1589)은 스물도 채 안 된 나이에 어린 딸과 아들을 연이어 잃었다. 두 아이 모두 돌이나 되었을까 말까 했을 때이다. 그리고 몇 해 뒤 26세의 나이로 아기들이 먼저 간 길을 좇아갔다. 일반 민중들의 사정은 어땠을까? 글쓴이:황 상 익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자료제공: 다산연구소(www.edas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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