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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자서전/08/ ‘약국거리’와 자전거 부대

현금을 주고 약을 사다보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할 수 있었고, 이것은 결국 약품의 단가를 낮추어도 적정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가격 뿐 아니라 품목이나 물량에 있어서도, 외상 거래를 하는 다른 약국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었다.

차츰 대형 도매약국으로서의 기반을 잡아가던 1958년 2월, 때마침 동생 김경호(金暻浩)가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였고, 졸업과 동시에 보령약국의 새 식구가 되었다.

특히 내 자신이 약사출신이 아니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던 터라, 동생의 가세는 약국의 입장에서나 내 개인의 입장에서나 또 다른 의미와 힘이 되는 일이었다.

한편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신약(新藥)생산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였는데, 1955년 5,300만원에 불과했던 전체 신약 생산총액은 1956년에 1억원, 1957년에 1억3,000여만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1958년에는 미국 국제협력기금(ICA)의 원조 자금이 유입되면서 의약품 국산화 선풍이 일기 시작했으며, 보건사회부도 이에 힘입어 완제의약품의 국산화 대체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국산의약품 보호정책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러한 업계의 변화는 약국 경영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로 완제 수입의약품을 취급하던 대형 도매상들의 퇴조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매상들의 부도나 파산 소식이 들려온 것이 바로 이 때였다.
이렇게 되자 제약회사들이 자기 회사의 생산제품을 국내에 소비시키기 위해 도매상 위주였던 그 동안의 영업정책을 수정, 소매약국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약회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규모 거래에 있어서 유리한 파트너가 도매상들이긴 했지만, 도매상들이 자신들의 판매에 유리한 품목을 우선하기 때문에 기타 수많은 생산품목들은 외면당하는 게 보통이었다.
따라서 생산품목 전반에 걸쳐 영업을 해야 하는 제약회사들로서는 비록 소규모 거래라 하더라도 점차 소매약국과의 거래 형태를 개선해 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도매상들이 연일 예기치 않은 부도 사태를 맞고 있는 형편이었으므로 약품을 공급하는 제약회사 측에서는 도매상과의 거래 자체가 그만큼 위험스럽게 여겨지게 되었다.
이 같은 업계의 동향이 일단 내게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소매약국에 대한 제약회사들의 판매 강화정책을 잘만 활용한다면, 보령약국의 입지 구축은 물론 장차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판로 개척을 위한 제약회사들의 접근이 활발해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이에 때맞추어 약국 경영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꾸는 데 주력하였다. 그 중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한 것이 제약회사들과의 현금거래였다.
당시 많은 소매약국들은 외상으로 약품을 구입하여 이를 판매한 다음 그 수입금으로 결재를 하는 영업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업계 전체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던 이 외상 거래방식은 현금회전율이 낮은 단점이 있지만 약국의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부터 현금 거래를 택한 것은 현금결재를 통해 제약회사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일종의 특혜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현금을 주고 약을 사다보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할 수 있었고, 이것은 결국 약품의 단가를 낮추어도 적정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가격 뿐 아니라 품목이나 물량에 있어서도, 외상 거래를 하는 다른 약국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었다.

내 생각은 적중했다. 재래적인 관행을 과감히 깨뜨리자마자 대량 구매와 판매가 가능해졌고, 현금회전율도 그만큼 높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예전과 달리 보다 융통성 있게 약품 단가를 책정하여 적당한 이윤을 붙이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물론 보령약국의 이런 영업방식에 대해 반발과 질시를 보내는 업자들도 없지는 않았다. 이른바 ‘덤핑’판매에 대한 의혹이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손해를 보고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은 이상 덤핑 판매를 하고 있다거나 업계의 질서를 흐린다거나 하는 오해는 곧 해소될 거라고 믿었으며, 내 영업 방식이 당시 소매약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경쟁력 확보 방안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주위 약국들이나 업계의 오해는 얼마 되지 않아 불식되었고, 오히려 우리와 같은 영업방식으로 전환하는 약국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보령약국 뿐 아니라 많은 소매약국들의 영업활동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그 이전까지 도매상들의 영향력에 눌려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한데다 품목이나 물량, 자금 면에서 명백한 한계에 머물러 있었던 소매약국들이 대형화 및 합리화의 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현재 종로5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약국거리’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였다.

한편 당시 보령약국 성장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또 다른 요인은 이른바 ‘자전거부대’로 불리던 중간도매상들이었다. 이들이 약품의 운반수단으로 이용하던 것이 주로 자전거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들 중간도매상들은 약국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들이라면 언제 어느 때고 신속하게 조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초창기부터 ‘없는 약품이 없는 약국’을 만들고자 구색 맞추기에 중점을 두었던 나로서는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 이었다. 약국 개업 초기에 손님이 찾는 약품을 구하려고 직접 자전거를 몰고 다니며 서울 시내를 누비던 내 역할을 바로 이들이 대신해주었던 것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열자마자 우리 보령약국 주변은 이들 자전거부대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들로서도 제약회사에서 약을 사다가 변두리 약국에 파는 것보다 언제나 현금으로 약을 구입해주는 보령약국과의 거래가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짐자전거 뒷자리에다 대나무로 엮은 상자나 빈 약품 박스를 싣고 힘차게 페달을 밟던 자전거 부대를 잊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을 두고 기업인으로서의 사명감이나 국민건강에 기여한 공로 같은 것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얘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는 어떤 언덕이라도 오를 수 있는 열정이 있었고, 그 열정이 어떤 형태로든 지금 우리 제약업계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자전거 부대 중에 지금 약업계의 중진으로 성장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아직도 내 귓전에는 약품을 구입해오던 그들의 힘찬 페달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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