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7.8℃
  • 흐림강릉 10.6℃
  • 흐림서울 8.3℃
  • 흐림대전 6.5℃
  • 박무대구 1.6℃
  • 박무울산 7.8℃
  • 광주 9.7℃
  • 맑음부산 13.4℃
  • 구름많음고창 11.8℃
  • 구름많음제주 15.2℃
  • 흐림강화 10.6℃
  • 흐림보은 1.8℃
  • 흐림금산 3.4℃
  • 흐림강진군 7.2℃
  • 맑음경주시 1.7℃
  • 구름많음거제 8.6℃
기상청 제공

/김희수총장 자서전/67/단칸 신혼 생활

아내가 보고싶어 점심시간은 집으로 달려가

9ㆍ28 수복 이후 국군이 평양을 거쳐 압록강가에 이르는 등 전세가 반전되면서 사회는 폐허 속에서나마 나름대로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나는 전주에서 1년을 근무한 뒤 1952년 10월 대전구호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전국에 15개의 보건소와 수백 개의 보건진료소가 설치됐다. 미군정 하에서 처음 세운 서울시립보건소가 전쟁 중 파괴되는 등 의료시설이 부족해지자 전쟁 후 유엔의 지원으로 구호와 보건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보건소, 보건진료소를 설치한 것이다.

            
이 때 대전구호병원은 대전시보건소가 됐고 1953년 나는 대전시보건소 초대 소장으로 취임해 지역 주민의 건강관리를 책임졌다. 대전시보건소는 대전시 은행동에 있었는데 유엔 지원 하에 미국식 예방의학제도를 도입해 예방접종, 모자보건, 전염병 예방 및 치료를 주사업으로 했다.

 

김희수총장은 천안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가졌다.

 

그리고 대전에 있는 동안 나는 인생의 가장 큰 중대사인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늘에 와서 친지들은 나에게 중매결혼이냐 연애결혼이냐 묻는 이가 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중매 반, 연애 반이다. 처남이 의대 동기생이기 때문에 가끔 그의 집에 놀러간 일이 있었으며, 그때 우리는 오빠 친구와 친구 동생 사이로 대화도 자주 했으니 반은 연애라고 설명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대전보건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용산 철도관사에서 살던 처가가 대전으로 내려와 소제동 철도관사에서 살게 되었다. 당시 내 처는 대전 제일은행에 근무하고 있었다. 내 나이는 27세, 처는 23세 때였다. 마침 장인께서 대전철도국에 계시다 천안보선소장으로 전근하셔서 천안에 계셨기 때문에 우리의 결혼식은 천안의 어느 교회에서 치렀다.

 

그때가 1954년 5월 1일인데 당시 결혼식 풍습은 신랑 신부 둘 다 꽃바구니를 든 2명씩의 들러리를 내세워 꽃잎을 뿌리며 입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신부가 면사포를 쓰고 입장하면 신랑이 면사포를 걷어 올려야 하는데 나는 그것을 잊고 그냥 서 있다가 주위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주례 선생님께서 결혼이란 이성지합(二性知合)이요 백복지원(百福之源)으로 부부간엔 사랑과 양보가 첫째 덕목이니 이를 실천하라던 말씀이 지금도 떠오른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여 신혼생활을 시작한 지 몇 해 동안 대전에서 살았다. 신혼생활은 남의 집 문간방을 사글세로 얻어 시작했는데 단칸에다 부엌은 가마니로 가까스로 바람막이를 하고 있는 그런 집이었다. 우리 집은 옛날에는 지주 집안으로 부유했지만 해방 후 토지개혁으로 모두 남의 땅이 되어버려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은 시골의 논 1.200평이 전부였다. 게다가 전후 모든 물자가 귀할 때였기 때문에 사과상자 하나도 소중했다. 사과상자는 책상 대용으로 쓰였다가 때로는 찬장 역할까지 해 매우 유용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신부인 아내가 보고 싶고, 점심도 먹기 위해 꼭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신혼살림이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월급을 타면 시장에 나가서 작은 찬장과 그릇 등 살림살이를 사는 일이 큰 기쁨이었다. 내가 모은 돈으로 새살림을 장만하는 일은 말할 수 없는 보람을 안겨 주었다. 나의 첫딸인 용애도 이곳 대전에서 출생하였고, 나의 처는 아기를 키우며 없는 살림을 꾸려 가느라 많은 고생을 하였다. 그러나 늘 상냥한 모습으로 나의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해 주었다.


나는 주말이면 고향 양촌에 자주 가곤 했다. 아내와 함께 가는 때도 있었고 나와 아내가 교대로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하였다. 집에 들를 때마다 어머님은 나를 한결같이 반겨주셨으며, 집에 돌아갈 때는 당신께서 손수 농사지으신 곡식과 잘 익은 과실을 여러 개의 주머니에 싸 주셨다. 동구밖까지 나오시면서 잘 가지고 가라고 당부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어머니의 이같은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단지 가지고 다니기 귀찮은 생각에 마지못해 들고 왔다. 이제 생각하니 나의 철없던 마음이 한없이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다. 자식에게 무엇이든 좋은 것으로 주고 싶은 어버이의 마음,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이 그때 그 주머니 속에 가득 차 있었음을 생각하며 새삼 어머니의 정(情)을 기린다.

 

배너
배너

배너

행정

더보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3년 연속 ‘소비자 이에스지(ESG) 혁신대상’ 수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 이하 심사평가원)이 2025년 소비자 이에스지(ESG) 혁신대상에서 소비자안전상(어린이안전 부문)을 받으며 3년 연속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24년 7월 전면 시행된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구축한 ‘출생정보 연계시스템’의 운영 성과가 소비자 안전 향상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결과다. 심사평가원은 진료비 심사, 의료서비스 평가, 보험급여 정책관리 사업 등을 수행하는 국민의료관리 전문기관으로, 진료·출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진료정보를 정확하게 파악·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출생정보 연계시스템 구축·운영하며,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운영에 있어 ‘핵심 연계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출생정보 연계시스템은 의료기관, 대법원, 아동권리보장원 간 정보를 연계해 출생신고 누락을 방지하고, 모든 아동이 공적 보호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출생통보제 시행 이후 약 36만 명의 신생아 출생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연계했으며, 이를 통해 출생등록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했다. 특히 출생정보의 오류·누락을 능동적으로 점검하는 모니

배너
배너

제약ㆍ약사

더보기
모더나코리아,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 국내 허가 획득 모더나코리아는 자사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mRNA 백신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허가는 RSV 예방을 위한 mRNA 플랫폼 백신으로는 국내 최초다.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는 60세 이상 성인과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RSV 고위험군 성인에서 RSV로 인한 하기도 질환(LRTD) 예방을 목적으로 허가됐다. RSV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부터 폐렴 등 중증 하기도 감염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특히 고령자와 기저질환을 가진 성인에서 질병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더나코리아 김상표 대표는 “RSV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을 가진 성인에게 입원과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호흡기 질환”이라며,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는 한국에서 허가된 모더나의 두 번째 제품으로, 코로나19 에 이어 RSV 예방까지 모더나의 mRNA 기술로 공중보건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더나코리아는RSV를 포함한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앞으로도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의 허가는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에서

배너
배너
배너

의료·병원

더보기
화순전남대병원, 환경보건 사전감시체계 구축 완료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라남도환경보건센터는 최근 화순군 동면 폐석탄광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추진한 ‘2025 환경보건 사전감시체계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환경오염 취약지역 주민의 생활환경과 건강 우려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조사 결과와 주민 의견을 지자체와 공유해 향후 환경보건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라남도환경보건센터는 의료진이 직접 마을을 방문해 1:1 상담과 검진 결과 설명, 환경성질환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주민 설명과 상담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환경보건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와의 신뢰 형성에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또한 무등산국립공원 동부사무소와 협력해 ‘전라남도 환경보건 캠프’를 운영하며 환경교육과 자연 체험을 결합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보건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주민과 센터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업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와 주민 의견은 화순군과 공유됐으며,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폐석탄광산 지역 특성을 반영한 환경보건 지원 정책을 검토하는 등 협력 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전라남도환경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