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빌딩 옥상에서 10대가 길을 지나가는 모녀위로 떨어졌다. 하늘도 무심하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나. 인재는 아닐까.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한다. 자살 충동이 심할 때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로 감행하기 때문에 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 순간에는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기 때문에 스스로 억제할 수 없다.
과거 빅4 병원의 유명한 의대교수는 우울증으로 같은 병원 정신과 교수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일전부터 자살 충동이 느껴져서 정신과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오늘 입원해야할 것 같아”라고 말했으나 정신과 주치의는 다음날 입원 준비를 해서 오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교수는 그 날 저녁 집에 가지 않았다. 병원 고층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이것이 한국의 비참한 현실이다. 정신과 교수도 어떻게 자살을 예방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모든 병의원에서 자살위험이 높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에는 절대로 혼자서 귀가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다.
반드시 가족이나 경찰을 불러서 자살 예방 전문가에게 연계하거나 응급실 진료를 받게 해야 귀가할 수 있다. 한국은 병의원에서 자살 위험을 평가하지도 물어보지도 않는다. 지난 주 필자를 방문한 중증 뇌전증 환자는 정신과 의원의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매일 자살 생각을 있었다. 우울증도 여전히 매우 심한 중증이었다. 의원급에서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벗어났는데도 왜 입원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으로 의뢰하지 않는지 답답했다. 이유가 있다. 중증 우울증도 경증 질환으로 분류되어서 상급종합병원 진료 시 환자의 진료비와 약제비 부담이 늘어나고 상급병원도 불이익을 받는다. 중증 우울증이 어떻게 경증 질환인가. 자살 위험과 입원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증 우울증까지 모두 정신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런 이상한 경증 질환 분류 때문에도 중증 우울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증 우울증의 치료율은 10%도 안 되는 것을 대통령은 알고 있나. 참담하다. 우울증 치료의 ABC부터 잘못되어 있다. 그러니 자살율의 감소는 더욱 기대할 수 없다. 중증 우울증의 경증 질환 분류부터 손을 봐야 한다. 또한 정신과 의원급에서 치료가 안 되는 중증 우울증 환자는 입원치료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의뢰해야 하는 규정이 빨리 있어야 한다.
생명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중증 우울증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한국이다. 22년 동안 OECD 1위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하여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살예방대책을 마련하라는 말은 과거 대통령들이 수없이 많이 했다. 모두 실패했다. 더 이상 믿지 말고 대통령, 총리가 직접 자살예방대책 회의에 참석해서 물어보시라. 왜 내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등 모든 비정신과 의사들을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서 배제했는지. 왜 대국민 자살 예방 교육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지. 왜 2013년에 방문한 수잔 오코너 OECD 정신건강 자문관의 지적을 듣지 않았는지. 그럼 답이 나올 것이다.
홍승봉 성 대의대 신경과 명예교수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