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일이 가득 일어날 것 같은 기분 좋은 봄. 그러나 그 뒷면에는 1년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라는 사실도 공존한다. 왜 화창한 봄날에 자살률이 오히려 높은 걸까?
문제는 수면장애가 우울불안을 야기하고, 결국 정신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데 있다. 특히, 따뜻한 봄 햇살이 비추는 봄 시기에는 정서와 관련된 장애가 많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계절성 정동장애 혹은 계절성 우울증’이라 부른다.
정동장애(情動障礙)는 뚜렷한 신체적 장애나 다른 정신 의학적 장애가 없음에도 의기소침하거나 의기양양한 것과 같은 정서적 혼란을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우울증 환자들은 뇌 안에 있는 ‘생물학적 시계’인 시상하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일생에 한번 이상 앓을 가능성이 15%로 매우 흔한 질환 중 하나이다. 해외의 한 보고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의 10%정도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울증은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장애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았음에도 수면장애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 치료를 위해 협진하는 방법도 좋다.
최근 한 연구결과를 보면 수면장애가 있으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따라서 겨우내 우울증에 시달리던 환자가 일조량이 늘어난 봄철 변화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한동안 지속된다면 수면장애가 원인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며 “특히 사계절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봄철에는 우울증 환자는 주의 깊게 자신의 수면습관을 관찰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봄이 되면 다양한 이유로 잠이 부족하게 된다. 기온과 일조량이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깨져 수면 상태가 들쑥날쑥해지기 쉽고, 환절기의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 등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낮동안 춘곤증에 시달리다 밤에는 오히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경우도 많다.
미시간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도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상태가 지속되지 않거나 필요로 하는 수면시간보다 2시간 일찍 잠이 깨는 등의 문제 중 2가지 이상이 오래 계속되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평균 2.6배 높아진다.
한 원장은 “수면부족은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쳐 판단력을 저하시키고 절망감을 촉진시킬 수 있다”며 “또한 감정조절 기능을 지닌 뇌의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부족도 이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어야 한다.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히 운동을 하면 우울증 증상이 줄어들고 숙면을 취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춘곤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졸린 오후 2~3시쯤에 20분 정도 짧은 낮잠을 자고 밤에 푹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