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성숙한 가임기 여성이라면 매달 겪게 되는 월경은 가임 능력과 더불어 여성의 신체적 건강상태를 나타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월경기간이나 양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월경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산하의 청소년성건강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월경장애를 겪는 여성이 2000년 15만 여명에서 2010년 53만 여명으로 10년 사이 3.56배(255.8%)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경장애는 무월경·소량 및 희발 월경과 과다·빈발 및 불규칙 월경을 포함한 질환으로, 이중 월경불순 및 월경과다로 진단된 여성은 6년 사이 49.3%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월경장애를 겪는 여성 중 10-20대의 비율이 전체의 48.5%로서, 젊은 여성들이 월경장애로 인한 고충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경은 난소의 내분비기능으로 일어나는 자궁의 주기적 출혈로, 임신으로 이어지는 데 필요한 여성만의 중요한 생리현상이다. 건강한 여성의 1회 월경 주기에서 총 실혈량은 평균 30ml-50ml로서, 한 월경주기 당 월경량이 80ml이상인 경우 월경과다로 진단된다.
월경과다는 일반적으로 호르몬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또한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 폴립, 자궁내막 병변, 자궁내막암, 혈액응고장애 등에 의해서도 월경과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월경과다는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를 경험하는 여성에게는 삶의 질에 큰 불편을 끼치며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는 고통을 준다. 월경과다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철 결핍성 빈혈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부인과 암, 내분비 기능이상 등 부인과적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과다한 월경량으로 인해 피로·실신 등의 증상이 올 수도 있다.
한편, 월경과다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여성들에게 큰 불안과 스트레스를 야기시킬 수 있다. 특히 화장실 출입이 잦아지고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등 여성들의 일상 생활에 큰 불편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수면 중 깨어 이부자리를 살피거나, 낮에도 앉았다 일어날 때 자리를 살펴보거나 옷 매무새를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되는 등 수시로 강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일반 여성들보다 커다란 패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여성으로서의 자괴감이 따르기도 하며, 배우자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이 이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수치심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월경과다, 질환이라는 인식 부족해 방치하는 경우 많아
과도한 월경량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한 받는다면 월경과다 의심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월경과다 증상을 경험하고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시장조사 기업인 SKIM Healthcare가 15~49세 한국 여성 3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월경 과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23.8%의 여성이 자신의 월경량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으나, 전체 응답자 중 월경과다로 진단 받은 여성의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즉, 10명 중 2명의 여성(20.8%)은 월경량이 평균 이상임에도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 층에서 월경과다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성장기 빈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대인관계에서의 위축 등 사회심리학적, 정신적인 발달의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임순 위원장은 “월경기간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월경 시 1~2시간마다 하나 이상의 위생용품을 흠뻑 적실 정도로 월경량이 많은 경우, 한번에 2개 이상의 패드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 등이 매달 반복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월경과다 여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젊은 여성들의 경우 월경과다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증상을 방치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월경과다로 고충을 겪지 않도록 어머니나 담임교사, 보건교사 등 주변의 성인이 산부인과 전문의 검진을 돕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생애전환기 무료 검진 등 정부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월경과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카페인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패턴을 통해 호르몬의 원활한 기능과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