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4 (토)

  • 흐림동두천 12.6℃
  • 흐림강릉 12.5℃
  • 흐림서울 12.9℃
  • 대전 10.4℃
  • 대구 12.7℃
  • 울산 13.8℃
  • 광주 11.8℃
  • 부산 14.0℃
  • 흐림고창 11.0℃
  • 제주 13.8℃
  • 흐림강화 12.3℃
  • 흐림보은 9.6℃
  • 흐림금산 10.0℃
  • 구름많음강진군 13.2℃
  • 흐림경주시 12.1℃
  • 흐림거제 14.5℃
기상청 제공

행정

/노재영 칼럼/ 중동발 쇼크, '원료의약품 자급' 더는 미룰 수 없다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률 20%대의 경고…코로나·중동발 공급망 붕괴 기억해야
제약주권… 원료의약품 자급 없인 공허한 구호
기업도 대량생산 체계와 기술 혁신 통해 경쟁력 확보 하고,고부가가치 원료 전환 서둘러야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다시 한번 국내 의료 시스템의 취약한 민낯을 드러냈다.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 수급 불안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일회용 주사기와 주사바늘 등 필수 의료 소모품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며 의료 현장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최근 일부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수급 차질을 이유로 관련 제품 가격을 15~20% 인상하면서 그 충격은 고스란히 병·의원으로 전가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는 주사기, 주사바늘 등 필수 감염관리 재료가 ‘별도 산정불가’ 항목으로 묶여 있어, 원가가 급등해도 의료기관은 이를 진료비에 반영할 수 없다. 수액세트, 의료용 장갑, 마스크, 거즈 등 다빈도 필수 소모품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외부 충격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의료기관이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의료 현장은 또다시 ‘보이지 않는 적자’에 내몰리고 있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리는 완제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도 원료 부족으로 필수 의약품인 해열제 아세트아미노펜조차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중동발 공급망 위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답은 분명하다.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다. 원료의약품은 물론 기초 자재까지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외부 변수 하나만으로도 의료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보건 안보의 근간이 취약하다는 경고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으며, 필수의약품 원료는 중국과 인도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국산 원료는 수입산 대비 최대 3배 가까이 비싸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국내 생산 기반은 위축되고, 위기 때마다 공급망 리스크는 반복된다.

이제는 속도의 문제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일은 ‘필요한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과제’다. 기업은 대량생산 체계와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고부가가치 원료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결단이다.

실질적인 약가 우대 정책을 통해 국산 원료 사용을 유도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을 선별해 선택과 집중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책은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과 다빈도 처방 품목을 전수 조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이 끊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품목을 선별해야 한다. 그 위에 선택과 집중 방식의 지원을 얹는 것이야말로 실효성 있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료의약품 자급률 문제가 집중 지적되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국내 제약사의 국산 원료 사용 실태를 전면 조사한 바 있다. 아울러 완제의약품에 적용되던 혁신형 기업 제도를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는 등 정책적 대응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검토’와 ‘구상’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발생한 중동발 쇼크에서 보듯이 원자재의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 원료의약품 도 예외는 아니다.때문에 더 이상 속도 조절을 할 시간이 없다. 실행이 답이다.

원료의약품은 제약 산업의 뿌리이자 국가 보건 안보의 기초 체력이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하지만 중동 사태와 팬데믹이 던진 경고를 또다시 흘려보낸다면, 다음 위기에서는 지금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행정

더보기
/노재영 칼럼/ 중동발 쇼크, '원료의약품 자급' 더는 미룰 수 없다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다시 한번 국내 의료 시스템의 취약한 민낯을 드러냈다.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 수급 불안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일회용 주사기와 주사바늘 등 필수 의료 소모품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며 의료 현장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최근 일부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수급 차질을 이유로 관련 제품 가격을 15~20% 인상하면서 그 충격은 고스란히 병·의원으로 전가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는 주사기, 주사바늘 등 필수 감염관리 재료가 ‘별도 산정불가’ 항목으로 묶여 있어, 원가가 급등해도 의료기관은 이를 진료비에 반영할 수 없다. 수액세트, 의료용 장갑, 마스크, 거즈 등 다빈도 필수 소모품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외부 충격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의료기관이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의료 현장은 또다시 ‘보이지 않는 적자’에 내몰리고 있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리는 완제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도 원료 부족으로 필수 의약품인 해열제 아세트아미노펜조차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중동발 공급망 위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의료·병원

더보기
의료소모품 수급 대란 현실화…서울시의사회 “정부, 즉각 대응 나서야”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국내 의료현장에서 주사기 등 필수 의료소모품의 가격 인상과 품절 사태가 확산되자, 의료계가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일부 의료소모품은 이미 구매 제한이 시행되고 있으며, 기존 주문마저 취소되는 등 현장의 혼란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는 단순한 유통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안전 문제”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특히 주사기와 인슐린 주사기 등 기본적인 의료소모품이 모든 진료행위의 근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필수 진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만성질환자와 당뇨병 환자, 예방접종 대상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선제적 조치는 물론 최소한의 위기관리 체계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이자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불과 한 달가량의 원유 공급 불안으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정부를 향해 ▲국가 필수의료 자원에 대한 긴급 수급 안정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