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화여대 대학생 청부살인 용의자, 이른바 윤모씨 사건으로 대중의 관심을 갖게 된 대형병원 VIP 병실. 전직 대통령도 기다려야 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데, 폐쇄적인 구조 탓에 형집행정지자들이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주 의원(민주당, 전북 전주시 덕진구)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병원 VIP병동 운영현황자료에 따르면, 금년 8월 현재 전국적으로 41개 대형병원에서 96개 VIP 병동, 총 430개의 VIP 병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0-2012년 3년간 대형병원 VIP 병실 입원환자는 연인원 기준으로 총 20만여명, 연평균 6만 7천여명이 이용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0년 64351명, 2011년 70302명, 2012년에는 66414명이 VIP 병실을 이용했다.
병상 기준으로 가장 많이 설치·운영하고 있는 것은 삼성서울병원으로 15개 병동에 61개 VIP 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그 다음은 서울대학교병원으로 2개 병동에서 36개 VIP병상, 서울성모병원은 2개 병동, 31개 VIP 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브란스병원은 1병동, 16개 VIP병상이 있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4개 병동, 14개 VIP 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3년간 VIP 병실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병원도 삼성서울병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의 경우 2010년 15018명, 2011년 15291명, 2012년 13930명으로 총 44239명이 이용했다. 또한 원주세브란스병원이 28506명으로 삼성서울병원의 뒤를 이었고, 서울대병원이 27446명, 조선대학교병원 18004명, 서울아산병원이 16258명 순으로 조사되었다.
하루 병실료의 경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나 된다는 VIP 병실이지만, 사생활보호 등을 이유로 재벌총수,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이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 치료 목적에만 이용해야 하는 병실임에도 수감 중 건강상 이유를 핑계로 VIP 병실 등 병원치료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김성주 의원에게 제출한 사유별 형집행정지자 현황자료를 보면, 최근 2010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총 987명의 형집행정지자 중 95%, 938명 질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처분으로서 석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300명 정도의 수형자가 병을 이유로 석방되고 있는 것이다.
구분 연도 |
형집행정지 사유 |
형집행정지 인원 (신수:당해연도 발생분) |
2010 |
질병 |
295 |
잉태 |
5 | |
기타 |
3 | |
계 |
303 | |
2011 |
질병 |
308 |
잉태 |
8 | |
기타 |
14 | |
계 |
330 | |
2012 |
질병 |
277 |
잉태 |
10 | |
기타 |
3 | |
계 |
290 | |
2013. 3. |
질병 |
58 |
잉태 |
1 | |
기타 |
5 | |
계 |
64 |
문제는 형집행정지 대상자 선정이 의사 한 명의 진단서만으로 가능하게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대생 청부살인 용의자 윤모씨의 경우에도 의사의 허위진단서 의혹이 제기되어 수사를 받고 있을 만큼 제도적으로 허술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형집행정지 기간 및 횟수 제한이 없어 장기간 입원이 가능하여, 수형생활을 피하는 도피처로 악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형집행 정지자들이 소재지, 주소지에 따라 석방되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입원치료를 받다 보니, 효율적으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김성주 의원은 “대형병원들이 VIP 병실을 운영하는 것은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허위진단서까지 만들어가며 질병을 이유로 VIP 병실에 들어가 형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지적하고, “형집행정지 제도가 법의 취지와 국민의 법감정에 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은 “재소자가 형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심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형집행정지 기간을 설정해 기간연장 시 심사위원회의 철저한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 지역별로 지정병원을 두어 교도관이 관리·감독하도록 하여, VIP 병실에서 형집행정지를 피하려는 시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