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임상시험이 '치료영역'이냐 아니면 의료기관이 정형화된 실험이나 측정방법에 따라 제약회사에게 공급하는 '시험용역’이냐를 놓고 제약업계와 병협, 기재부가 줄다리기를 한 결과 시험용역으로 결론이 나면서 '신약개발의 엔진이 식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와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는 14일 기획재정부 산하 국세예규심사위원회가 임상시험 용역계약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를 적용키로 한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양단체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에 대해선 환영하면서도 향후 임상시험에 대해 부가세부과 행위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한국제약협회는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R&D의 핵심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향후에도 부가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거듭 주장했다(아래 제약협 논편 전문 표참조)
병협도 임상시험을 의료행위나 새로운 학술 또는 기술개발을 위해 수행하는 새로운 이론, 방법, 공법, 공식으로 보지 않게 됨으로써 임상시험 관련 학술이나 의약산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국세예규심사위가 임상시험을 ‘환자에 대한 진료, 치료용역’이라기보다는 ‘의약품 안전성 검사 등을 목적으로 정형화된 실험이나 측정방법에 따라 제약회사에게 공급하는 시험용역’으로 간주한 것은 임상시험의 현실적인 과정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임상시험은 1상에서 4상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숱한 시험 끝에 하나의 의약품이 탄생하는 것으로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신약 개발이 험난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병원협회는 임상시험에서의 일련의 과정을 의료행위나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제품의 성능과 질․용도 등을 개선시키는 연구용역으로 볼 수 없다는 기재부의 결정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세예규심사위가 근거로 제시한 ‘의약품 안전성검사 등을 목적으로 한 시험용역‘이라는 표현은 복잡한 임상시험 과정중 단편적인 부분만 임상시험으로 인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신약개발과 관련된 세계시장 규모는 약 150조원에 이른다. 2018년에는 16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세계 10위권 시장에 진입했다. 2000년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에 나선지 10여년만에 이룬 쾌거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수준은 물론 세금감면 등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한 몫한 것 또한 사실이다.
병원협회는 “이번 기재부의 조세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의사들과 병원들이 그 동안 어렵게 일궈놓은 의학수준을 퇴보시키고 150조원의 임상시험 시장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세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세수입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의약품 임상시험 용역 부가가치세 적용과 관련한 한국제약협회 입장
1.기재부가 12일 임상시험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되 소급적용은 하지않기로 한 점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 다만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R&D의 핵심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향후에도 부가세 부과는 부당하다는게 한국제약협회의 입장이다. 제약산업계를 비롯한 보건의료계는 물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회 등에서는 임상시험의 성격에 대해 이처럼 연구개발과정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을 존중해 기재부가 합리적인 방향으로의 입장 변화를 가져주길 기대한다. 다양한 R&D 노력을 통한 신약개발은 800만명의 작은 인구에도 불구, 1인당 GDP가 8만달러에 달하는 제약강국 스위스를 비롯한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의 성장동력 발굴과 국부 증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 임상시험의 가치와 성격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가져주길 다시한번 기대한다. 3. 한국제약협회는 향후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다른 보건의료단체들과 적극 공조해서 임상시험 용역에 대한 부당한 부가가치세 부과 정책이 재고될수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