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황치용 씨는 지난 설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집안 어른들에게 혈관계질환 유병률이 높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 씨의 할아버지는 심혈관질환인 심근경색으로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했고, 큰아버지 역시 은퇴 직전 뇌출혈이 발생했다. 집안의 대소사로 가족이 자리에 모이면 반드시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이 화두에 올랐다. 황 씨 역시 최근 수년간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의할 단계를 넘어선 적이 많아 이상지질혈증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황 씨의 주치의는 특별한 유전성 질환이 아니라도 가족 중 상당수에게서 나타나는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황 씨 역시 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에 주의해 선제적으로 혈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혈관 건강을 위한 노력?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질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동거인 등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의학적 내력을 일컬어 가족력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1,2위를 다투는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원인 중 일부는 개인의 노력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조절하기 어렵다. 나이, 성별 등과 함께 ‘가족력’이 대표적인 혈관계질환의 조절불가능한 인자로 꼽힌다.
㈜씨스팜은 추석을 앞두고 혈관건강 관리에 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한 설문조사 ‘혈관 나이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를 8월 24일부터 9월 7일까지 진행했다. 총 904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는 “가족력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 만성질환 등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환자가 가족 중에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4.4%인 40명만이 ‘모른다’고 답해 자신의 가족력 현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족력에 대한 관심이 혈관건강 관리에 대한 노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전에 혈관질환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보거나, 평소 혈관관리를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 중 상당수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우선 혈관질환 예측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1.9%인 379명이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혈관건강을 위해 별도로 하고 있는 노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도 23.7%인 215명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콜레스테롤과 혈행개선에 초점 혈관벽두께 관리는 ‘소홀’
혈관질환은 남성은 55세 이전에 질환이 발생한 남성 가족이 있을 때, 여성은 65세 이전에 질환이 발생한 여성 가족이 있을 때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뇌출혈, 뇌졸중 등이 포함된 뇌혈관질환은 가족력이 있을 때 유병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본인에게 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욱 세심하게 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40세 이전부터 질환 발생 여부를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평소 혈관건강을 저해시키거나 혈관노화를 촉진할 수 있는 습관을 고치라고 당부한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은 필수적이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라면 건강보조제 등 보조적 방법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한 혈관질환 예비검사는 ‘콜레스테롤 수치 검사’였다. 응답자의 43.1%에 해당하는 390명이 “콜레스테롤 수치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혈관벽두께를 측정해 혈관 내부의 막힘 정도 및 혈관의 경직도를 예측하는 경동맥내중막두께 측정 검사는 82명만이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동맥은 뇌로 향하는 산소와 영양분의 80%가 지나는 통로로 이 부분의 혈관벽이 딱딱하고 두꺼울수록 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그 두께와 경도를 측정함으로써 뇌질환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인은 이 수치가 1.5mm를 넘어서면 주의를 요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혈관관리를 위한 기능식품 선택에 있어서도 ‘혈액순환개선제’(426명), ‘콜레스테롤 관리제’(373)등에비해 ‘혈관벽두께 관리제’(104명)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인원은 월등히 저조해 혈관벽두께 관리에 대한 인식변화가 요구된다. 연세중앙내과 조세행 원장은 “콜레스테롤 관리나 혈액순환 개선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혈관(벽두께) 관리에 대한 관심은 저조해 아쉽다”며 “혈관이 노화되면 혈압의 변화에 더욱 취약해지게 되고, 혈관이 막힐 염려도 더 높아지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나 관리를 위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