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보험 수가 체계로 인해 의료인들이 고통바고 있다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동안은 개원의를 대변해 대한의사협회가 정부를 상대로 수가 협상을 벌일때 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도 했던 저수가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학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제55회)에서 가톨릭의대 정대영 교수는 "국제적으로도 극단적 저수가인 한국의 소화기내시경 의료수가체계가 의료시스템을 흐트리고, 국가의 도덕성에도 상처를 주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같은날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김용태(서울의대) 이사장은 “내시경은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 내시경 가격의 정상화는 국민 안전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양창헌 회장도 “현재 내시경 기계값이 10년 전보다 3배는 올랐는데, 그 동안 물가인상도 못따라 갔다는 것은 OECD국가인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다른 선진국 수준은 아니어도 보통의 동남아시아 국가나 남미국가 수준의 내시경 원가는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학회에 따르면 한국 위내시경검사 책정 가격은 42,360원(병원 기준)이며, 이 비용은 조사된 국가 중 최하위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126,877원, 인도는 166,470원이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등도 비슷한 가격이다. 국가가 의료를 책임치는 유럽형 공공의료의 대표격인 영국에서 조차 607,392원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시장 의료 체계의 미국은 비영리 병원도 3,299,038원으로 조사되었다. (표1, 그림 1) 학회가 주장하고 있는 '소화기내시경 의료수가체계' 문제점을 간추려 봤다.
심사평가원 공개 자료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상부소화관내시경 검사의 원가는 100,066원이다. 이원가도 2003년 만들어진 것이다.
16년이 지난 현재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의료 수가는 원가의 반도 채 되지 못하는 42,360원이다. 심지어 내시경의 소독 비용 원가 약 19,000원은 단 한 푼도 보상 받지 못한다.
20년전 사용하던 폴라로이드 인화지 대신 고화질의 전자 차트를 사용하면 결과 기록 저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다른 임상 분야와는 달리 내시경검사는 결과에 대한 판독도 비용을 보상하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 보상 구조에서 의료기관은 어떻게 운영을 유지 할 수 있을까? 결국 진료량을 늘이고, 의료인력 감축, 장비와 재료 저가화, 노후 설비의 사용기한 연장과 같은 방법으로 의료의 질을 낮추어 비용을 줄이는 수 밖에는 없다. 2016년 OECD 보건 통계는 우리나라 의료 인력이 OECD 평균에 비해 1/2의 인력으로 2배의 병상을 운영하며, 의사의 진료 양은 평균의 3배에 이른다고 보고 하고 있다. 비용 보전을 위한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
-유독 내시경분야만 더욱 저수가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 체계 중에서도 특히 소화기 분야의 수가 저평가 상황은 심각하다. 유방초음파검사의 상대가치 점수가 1,037.52점, 경흉부심초음파 1479.23점, 경식도심초음파 2,427.91점, 방광경검사 1,618.26점인데 비해서 상부소화관내시경검사의 상대가치점수는 596.66점이다. (참고, 1점은 약 70원) 간략히 설명하면, 위내시경이 유방초음파 가격의 절반이고, 심장초음파 가격의 3분의 1, 방광내시경의 3분의 1이란 것이다. 이것이 상대적으로 정의로운 가격결정과정이었는지 뒤짚어봐야 한다. 의료의 각 분야가 균형 발전 하지 못한다면, 그 해악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감염 등의 사고로부터 안전과 의료 질의 보장을 위해 제 값을 줘야.
적절한 요금을 지급하지 않는 시스템에서 운송수단의 안전은 추락할 수 밖에 없듯이, 의료서비스도 그러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높은 내시경 수준(위암 내시경 절제 등)을 유지하고,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의 신설이 필요하며, 각종 내시경 시술/수술행위에 대한 합리적 가격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