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겠다는 젊은 부부가 늘면서 출산인구는 줄고 있다지만 역설적이게도 난임인구는 늘어가는 추세다.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을 찾는 난임부부가 7년새 16% 증가해 연간 20만 명이 넘는다.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난소와 정자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막상 아이를 원하는 부부는 임신이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만 35세 이상의 고령산모나 유산을 경험한 산모들은 자연임신이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태아의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자연유산, 조산 등의 확률이 높기에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을지 걱정이 따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출산 전에 산모나 태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을 미리 예측하는 검사가 정확해지고 검출되는 질환의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검사로 태아의 선천성 질환 예측하고, 대비해야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석해 선천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유전자검사가 발달하고 있는데, 그 중 일반적인 것이 비침습적 산전기형아검사다. 아기를 출산하기 전에 태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염색체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자 하는 검사로 과거에는 검출율이 낮은 표지자 검사를 통해 예측하거나, 긴 바늘을 산모의 배에 삽입해 채취한 양수에서 태아 DNA를 분석하는 양수검사를 주로 받았다. 하지만 감염과 양수파열, 조기유산 등의 부작용과 위험성이 문제되면서 비침습적 산전검사인 니프트(NIPT, Non-Invasive Prenatal Test)가 권장되고 있다.
니프트검사는 산모의 팔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혈한 뒤, 산모 혈액에 포함된 태아의 DNA를 분석해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기형을 판별한다. 삼염색체(Trisomy) 증후군은 99%, 성염색체(Sex chromosome) 증후군은 95% 이상 검출될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산전검사가 부담스러운 산모들은 산후에 태아의 기형아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생후 6개월 미만 신생아의 제대혈이나 발뒤꿈치에서 채혈한 혈액으로 정신지체, 발달장애, 자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유전체를 분석하는 신생아유전질환검사가 그것이다. 산모의 혈액이 아닌, 태아의 혈액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질환을 발견할 수 있으며, 출산 전에 진단되지 않았던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뿐 아니라 정신지체, 발달장애, 인지장애, 행동장애, 자폐 등을 예측한다.
녹십자지놈 유전체연구소의 조은해 소장은 “태아의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발달장애 등을 부모가 먼저 알고 있으면 마음의 준비는 물론 그에 따른 예방적 조치나 발병을 늦추는 치료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NIPT검사와 신생아유전질환검사를 권장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아기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제대혈 보관하는 것도 방법
최근 제대혈 보관 건수가 60만건에 이르고 있다. 제대혈은 분만 시 엄마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에서 채혈한 혈액으로 연골, 뼈, 근육, 신경을 만들어내는 ‘중간엽 줄기세포’는 물론 골수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혈액세포를 생산하는 ‘조혈모세포’가 풍부해 백혈병, 소아암, 선천성 면역결핍증, 재생불량성 빈혈,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난치성 질환 발병 시 세포를 이식해 치료할 수 있다.
녹십자 제대혈은행 라이프라인 관계자는 “출산 시 버려지는 제대혈을 보관하여 치명적인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제대혈은 아기 본인의 조직 적합성과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질병에도 일치할 확률이 높아 분만 시 단 한번 채혈이 가능한 제대혈 보관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