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근무하는 방사선사가 골수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귀감이 되고 있다. 가천의대길병원(이사장․이길여) 영상의학과 김동언(32) 방사선사가 그 주인공으로, 김씨는 지난달 31일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김씨가 아름다운 나눔에 동참하기로 결심한 것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당시 의료인을 꿈꾸며 대학에서 의료공학을 공부하고 있던 김씨는 헌혈을 하기위해 헌혈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김씨는 백혈병 환자 등을 위한 조혈포세포 기증에 관한 설명을 듣게 됐고, 즉석에서 흔쾌히 기증에 동참하겠노라 서명했다.
조혈모세포는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포로, 이름 그대로 ‘어머니 세포’라 불리는 골수이식에 반드시 필요한 세포다. 형제자매간에도 확률적으로 25% 내외만이 이식 가능하고, 기증자와 일치할 확률은 수만 분의 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건강한 일반인들의 기증이 많을수록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많아진다.
김씨에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첫 번째 연락이 온 것은 5년이 지난 2009년 여름. 그러나 의료인이 되기 위한 실습시간과 겹쳐 아쉽게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김씨는 “실습 때문에 두달만 연기해달라고 부탁하고, 두달 후 다시 연락해보니 다른 기증자를 찾았다고 하더라”며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1년 여가 지나, 지난 1월 초 김씨에게 두 번째 인연이 찾아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김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김씨가 길병원에서 근무한지는 1년, 골수이식을 할 때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겁도 조금 났지만 망설임없이 기증절차를 밟았다. 가족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들 김씨의 뜻에 따라줬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지는 않아도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으로서 그들의 고통과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성분헌혈을 하는 것처럼 한쪽팔의 혈관을 통해 나온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만 분리 채취하고, 나머지 혈액은 반대쪽 혈관으로 다시 넣어주는 방식으로 세포를 채취했다. 김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길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5시간에 걸쳐 채취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김씨는 “긴장을 하고 팔에 힘을 줘서 그런지 팔이 좀 아픈 것만 빼면 다른 불편한 것은 없다”며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까봐 기증을 꺼리는 이들도 많은데, 주사가 아프긴 했어도 생각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기증자 원칙에 따라 김씨의 조혈모세포를 받게 될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고 20대 여성이라고만 들었다”며 “확률적으로 일치할 가능성이 적다는데, 제 혈액을 줄 수 있게 돼 기쁘고, 건강하게 사시길 바란다”고 쾌유를 빌었다.
김씨는 곧 아빠가 된다. 1월 초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전화를 받기 며칠 전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소중한 생명을 얻었고, 또 다른 이를 위해 생명을 나누게 돼 두배로 기쁘다”며 “생명을 나누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