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면증이나 시차 적응을 위해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해외 직구나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 수면 보조제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일반의약품(OTC)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멜라토닌 복용은 과연 안전할까?
멜라토닌은 인간의 뇌 속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를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약국뿐 아니라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도 쉽게 구매 가능하다.
반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멜라토닌을 의약품 성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멜라토닌이 포함된 제품을 일반 소비자용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처방전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도 허가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멜라토닌은 일부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형태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멜라토닌이 ‘수면 호르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수면제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오해다. 멜라토닌은 뇌를 졸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불면증보다는 시차 적응, 교대근무, 생체주기 이상 등에 더 효과가 있다.
멜라토닌은 호르몬이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 시 체내 멜라토닌 생성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청소년이나 성장기 아동에게는 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18세 미만 청소년의 멜라토닌 복용을 제한하고 있다.
식약처가 멜라토닌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하지 않는 이유는 장기 복용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멜라토닌은 개인차가 매우 크고, 기존 수면제와 달리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복용자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
한진규 전문의는 “멜라토닌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맞는 약물은 아니다”라며 “특히 불면증 원인이 생체리듬 이상이 아닐 경우, 멜라토닌은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복용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고, 불면이 지속된다면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면다원검사는 불면뿐 아니라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주간 졸림증, 몽유병 등 다양한 수면장애 진단에 활용되며, 의료진의 판단 하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
불면증 치료법은 ▲수면 위생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광선(빛) 치료 ▲필요시 단기 약물치료 등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