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이 12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대폭 개정한 결정은 단순한 조직 구조 조정이 아니다. 감사위원회를 포함해 윤리경영위원회, 임원보수위원회,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총 4개의 이사회 내 위원회를 갖추고, 외부 이해관계와 무관한 사외이사 2인을 신규 선임한 조치는 기업이 갖춰야 할 ‘투명경영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을 보여준다.특히 이번에 선임된 강홍기(한국IR협의회 상근부회장), 선상관(우인회계법인 대표이사) 사외이사는 대주주 및 회사와의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요건을 넘어 실제적인 견제 기능을 갖춘 감사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기업이 신뢰를 잃는 속도는 빠르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은 오래 걸린다. 일양약품이 “경영 개선과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투명경영은 규제 준수 여부나 외부 평가를 위한 ‘옵션’이 아니다. ESG 경영이 보편화되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시대에 투명성은 기업 가치의 핵심 구성요소이며 지속 가능한 경영의 출발점이다. 투자자는 투명한 지배구조가 없는 기업에 장기 투자를 주저하고, 소비자는 신뢰하지 않는 기업의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다. 규제기관은 기업의 자율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내부 임직원조차 ‘투명한 회사’에서 일할 때 더 높은 충성도와 생산성을 보인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 비용이 막대하고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만큼,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고 기업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명경영의 강화는 단기적 비용이 아니라 장기 경쟁력의 기초 체력이다.
일양약품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정확히 짚은 대응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 확대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전문성·독립성을 더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한다. 더 나아가 이는 단순한 제도적 개편이 아니라 ‘기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선언에 가깝다.
기업이 투명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투명성은 곧 신뢰이고, 신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본질적인 자원이다. 이제 투명경영은 기업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일양약품의 이번 결정이 업계 전반에 암적 존재로 불리는 리베이트 근절 등 판매구조 혁신의 신호탄이자 마침표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