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덜컥 겁부터 먹는다. 혹시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대장용종은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매우 낮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대장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미리 발견해 치료한 것이므로 과도한 걱정보다는 안심하는 것이 맞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문정락 교수(사진)에 따르면 대장용종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대장은 소장에서 이어지는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분으로 수분을 흡수하고 대변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이 대장 점막 일부가 혹처럼 돌출된 상태를 대장용종이라 한다. 대장용종은 특히 40대 이후부터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장용종은 종류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다. 과형성 용종이나 염증성 용종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지만, ‘선종성 용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발견 즉시 제거가 필요하다. 다만 선종성 용종이 발견됐다고 해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작은 선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평균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 중 발견해 제거하면 90% 이상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장용종의 진단과 치료는 대장내시경을 통해 동시에 이뤄진다. 내시경을 항문을 통해 삽입해 대장을 직접 관찰하며, 용종이 발견되면 즉시 절제술을 시행한다. 용종의 크기에 따라 제거 방법이 달라지는데, 5mm 미만의 작은 용종은 집게로 제거하거나 태워 없애고, 5mm 이상의 용종은 올가미 형태의 기구를 이용해 절제한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입원 없이 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거된 용종은 반드시 조직검사를 통해 종류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평가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추적검사 주기도 달라진다. 위험도가 낮고 완전히 제거된 경우에는 3~5년 후 대장내시경 검사가 권장되지만, 용종의 크기가 1cm 이상이거나 개수가 많을 경우, 또는 완전 절제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더 짧은 간격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 검사 자체는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만, 검사 전 장을 비우는 ‘장 정결 과정’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에는 알약 형태를 포함한 다양한 장 정결제가 도입돼 환자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개인에게 맞는 제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안전한 시술을 위해 검사 전 복용 중인 약물, 특히 아스피린이나 항혈소판제·항응고제 복용 여부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은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최근에는 40대 이하에서도 대장용종 발견이 늘고 있어, 가족력이 있거나 불규칙한 식습관, 흡연·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라면 더 이른 나이에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대장용종과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고, 채소·과일·통곡물 위주의 식단과 함께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문정락 교수는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검사”라며 “용종이 발견됐다는 사실에 겁먹기보다는, 암으로 진행되기 전에 발견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