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회장 김재유)는 지난 4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인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다수의 독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개원의사회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은 표면적으로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의료인에게 과도한 민사적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라며 “의료인을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라도 손해액 전액을 배상해야 공소 제기를 면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형사면책을 조건으로 무한한 민사책임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며 “고위험 분만 사고 등에서 과도한 배상 요구와 소송 남발을 유도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체계에 대해서도 “감정위원 5명 중 의료 전문가는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의료인으로 구성돼 있어 고위험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사망이나 중증 장애 발생 시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되는 구조에서 전문성 부족은 판단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응급의료 상황에서의 설명의무 문제도 제기했다. 개원의사회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 일반 진료와 동일한 설명·동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며 “환자 측이 설명 부족을 주장할 경우 의료진이 중대 과실 범죄자로 몰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개정안에 포함된 ‘중대한 과실’ 12개 항목에 대해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수색전증이나 산후 대량출혈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응급상황까지 사후적으로 과실로 판단될 수 있으며, 긴박한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조치까지 중대 과실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개원의사회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중과실을 규정하면 의사의 재량권이 침해되고 방어 진료만 증가할 것”이라며 “최신 의학 가이드라인과 임상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기준은 의료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원의사회는 ▲중대과실 기준을 비의료적 사항 중심으로 제한하고 의료적 판단은 전문 감정단이 결정할 것 ▲응급 상황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예외 규정 신설 ▲사후 결과가 아닌 당시 임상 판단과 환경을 기준으로 책임을 평가하는 원칙 확립 ▲응급 진료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원칙적 배제 등을 요구했다.
개원의사회는 “현재와 같은 법적 환경에서는 누구도 고위험 필수의료를 담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형식적인 형사특례가 아닌 의료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법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근본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