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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총장 자서전/57/남산리 당골의 추억

내가 누린 혜택들을 세상에 되돌려주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



내가 태어난 양촌면 남산리는 일명 당골 마을이라고 하는데, 우리 집안이 이곳 양촌에 정착한 것은 10대조[桐谷 坤瑞公] 때 일로 이곳에서만 약 3백 50년을 대물림하며 살아왔다. 논산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동과 북·서쪽 3면은 병풍을 두른 듯 산자락으로 감싸 있고 남쪽은 들녘을 향해 훤하게 트여 있다.

 

그곳을 가로질러 황산벌의 젖줄인 인내(仁川)천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이 시냇물은 옛적부터 농용수로 이용되어 왔고, 여름철이 되면 농사꾼들이 목물을 즐기고 동네아이들은 멱을 감던 곳이었다. 그리고 남정네들은 쏘가리·붕어·피라미·미꾸라지 등 잡어를 잡았으며, 아낙네들은 다슬기를 줍거나 얼멩이로 또랑새우를 건지던 청정 지역이었다.


봄철 냇둑에는 민들레꽃이 지천으로 피어났고 흰나비, 노랑나비 떼가 모여들어 지나는 사람과 부딪치는 일이 허다했다. 여름밤엔 반딧불이의 눈부신 곡예가 장관을 이뤘다. 요즘 고향 들녘에는 그와 같은 정취는 찾아볼 수가 없고 마을을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그때와는 완전히 모습이 달라져 있다. 그래도 고향은 여전히 포근하다. 내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학자와 언론인들이 조선시대 주거 양식을 연구한다며 자주 찾을 정도이다.

 

김희수 총장이 태어난 논산군 양촌면 당골마을의 영승재.

 

내가 성장한 본가는 안채 동쪽에 내실과 대청·가운뎃방·대청 안방·윗방 순서로 되었으며, 사랑채에는 3칸짜리 방 세 개가 길게 이어진 큰 집이었다. 안채엔 할머니 방과 어머니 방, 큰형님 내외 방, 대청에는 감실(龕室)까지 모신 전형적인 조선시대의 가옥이었다. 서쪽에는 외양간과 돼지막이 줄지어 있었으니 당시 가세는 넉넉한 편이고, 면내에선 손꼽히는 부농이었다.


가을 추수를 하면 곡간과 툇마루를 볏섬으로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안 뜨락에 야적을 했다. 외양간에선 얼룩배기 황소가 한가로이 꼴을 씹고 돈사엔 십여 마리의 돼지떼가 이리 몰리고 저리 밀리며 먹이 다툼을 벌였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형님과 누님 혼사 땐 통돼지를 잡아 동네잔치를 푸짐하게 벌이기도 했다.


또 우리 집은 논밭 이외에도 꽤 넓은 산을 소유했다. 감나무·밤나무·대추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그 소득도 벼농사에 못지않았다. 지금도 양촌은 밤나무 단지로 유명하지만 달빛에 비치는 밤꽃은 정말 장관을 이뤘다. 과일이 영글면 마을 사람들 품을 사들여 수확을 하였다.

 

밤 타작도 여느 농가와는 달리 일꾼들이 장대로 마구 털어 그것을 거두어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아올렸다. 그 위에 솔가지를 쳐 한 겹 쌓고는 몇 차례고 물을 뿌려 삭힌 다음, 초겨울에 일꾼들이 대들어 발을 부비면 알밤이 튀어나왔다. 그것을 상·중·하로 분류, 가마니에 담아 내다 팔거나 저장을 했는데 해마다 50~60가마를 수확했다.

 

쌀값보다 밤값이 훨씬 더 비싼 때였으니 가을은 황금의 계절이 아닐 수 없었다. 감은 대부분 생것으로 팔려 나갔고 나머지는 늦가을 서리를 맞혀 홍시를 안쳤다. 까마귀와 까치 떼가 날아와 붉은 홍시를 파먹는 통에 이를 쫓느라 돌팔매질을 하며 용을 쓰던 일이 머리를 스쳐간다.

 

우리 집 가을걷이는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게 아니어서 6~7일간 탈곡기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어머니는 장에서 생선을 사들이는 한편 닭을 잡아 일꾼들을 대접했고 농주에 거나해진 일꾼들은 신나게 노동요를 불렀던 그런 가을마당이었다.


이와같이 나는 유복한 집안의 막내로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나지막한 산들이 아늑하게 마을을 감싸고 한쪽에서는 황산벌의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인내천의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풍요롭게 자라났다.

 

나라는 비록 일제 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적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나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혜택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내가 누린 혜택들을 세상에 되돌려주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마음으로 학교와 병원을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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