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통증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픈 질환 중 하나’로 불리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에게 작은 변화 하나가 일상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CRPS 환자도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적정량의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CRPS 환자들은 기존 기준에 따라 대표적인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3일 1매 이상 사용하거나 3개월을 넘는 장기 처방을 받기 어려웠다. 이 기준은 암 환자의 통증 관리에는 예외를 두고 있었지만, CRPS처럼 극심한 통증을 겪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CRPS 환자들의 통증은 단순한 통증의 차원을 넘어선다. 신경 손상 이후 발생하는 만성 통증 질환인 이 병은 작은 접촉에도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어렵게 만든다. 환자들은 “통증이 삶을 잠식한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나 그동안 마약류 오남용 방지라는 정책적 필요와 환자의 치료 접근성 사이에서 CRPS 환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축적된 실제 처방 데이터를 분석하고 질환 특성을 반영한 연구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연구는 대한의사협회가 수행하며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규제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정 사용’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우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환우회 관계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이 통증 때문에 겪어야 했던 불편과 걱정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환자들이 제기해 온 고통과 현실이 정책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물론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는 오남용 위험과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약물이다. 따라서 철저한 관리와 책임 있는 처방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식약처 역시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안전사용 교육을 강화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처방 양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정책의 목적이 규제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를 개선한 ‘적극 행정’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책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현실에 맞게 규정을 조금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CRPS 환자들이 느낀 이번 변화 역시 그런 작은 시작일지 모른다.
행정이 국민의 삶 가까이에서 작동할 때 정책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CRPS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이번 제도 개선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