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이 만발하지만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재채기와 콧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벚꽃이다 보니 꽃가루 알레르기 하면 떠오르는 게 벚꽃이지만, 벚꽃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인자는 아니다. 가천의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표 교수에게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리와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 벚꽃?
꽃가루 알레르기는 나무, 꽃 등이 뿜어내는 꽃가루가 원인이 돼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가루를 많이 내뿜는 꽃일수록 알레르기를 쉽게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레르기 유발 여
부는 사실 가루가 우리 몸 속 점막을 얼마나 잘 투과하느냐에 달렸다.
꽃과 같은 충매화는 바람에 잘 날리는 꽂가루의 양이 많지않아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도 적다.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되는 것들은 대부분 풍매화이다. 자작나무나 오리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은 국내 환자들에게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은 봄꽃이 피는 3~5월 많은 꽃가루를 내뿜고, 바람이 이를 확산시켜 알레르기 환자들을 곤욕스럽게 한다.
벚꽃놀이를 갔는데 꽃가루 알레르기가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근처 산 등에서 날아온 풍매화 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꽃보다 유전, 유전보다 환경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적 소인이 크게 작용하는 질환이다. 부모 중 한명이 질환을 갖고 있다면 자녀에게서 알레르기가 발병할 가능성이 50%, 부모가 둘 다 질환이 있다면 자녀 75%에게서 발병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를 비롯해 봄철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급증한 것은 황사와 온난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알레르기 유발 인자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점막이 비슷한 시기에 황사와 같은 오염 물질로 인해 1차 공격을 받은 후 꽃가루로 2차 공격을 받을 경우 증상은 더욱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온난화로 꽃이 피고, 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도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행진’하는 알레르기를 그대로 두면
대부분의 알레르기성 질환이 그렇지만 꽃가루 알레르기의 경우도 유발 인자와의 접촉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원인 물질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환자 증상에 대한 문진과 피부 테스트, 혈액채취 등의 진단으로 원인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회피하는 방법만으로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우리 주변에는 환자 본인이 알게 모르게 수많은 원인 물질이 널려있기 때문에 회피방법은 언제든 증상을 악화시킬 소지를 안고 있다.
알레르기에 대한 원인을 파악했다면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꽃가루에만 알레르기를 보이다가 다른 원인 물질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결국 원인 물질이 하나씩 늘어 복합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알레르기 행진(allergy march)’이 계속되지 않도록 그 단계에서 멈추게 하는 치료를 늦춰서는 안되는 이유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저농도부터 시작하여 경구 복용을 하게하는 편리한 면역치료법이 도입되었다. 반응을 보이지 않을 만큼 미량을 투입하면서 점차 양을 늘려가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