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생아 수 연간 30만 명 선이 무너지고 합계출산율이 충격적인 0.84로 집계되면서,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의 실질 인구감소는 이미 시작되었다. 작년 출산율을 코로나 쇼크로만 보기에는 감소 추세가 너무 가파른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2015년 1.24에서 시작된 감소세를 보면 2016년 1.17, 2017년 1.05,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로 5년 전보다 33%나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출산율은 코로나로 급감한 혼인율의 영향이 반영되면 작년 0.84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 또한 출산율 급락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다. 2019년 정부와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은 35조 6322억 원이었고, 2020년부터 40조 원을 상회하기 시작해 올해 저출산 대책 예산은 46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에 미치지 못하면서, 출산 인프라 또한 지방부터 무너지고 있다.
분만이 가능한 전국 의료기관 숫자는 2010년 808개에서 2019년 541개로 10년간 1/3이나 감소했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분만실을 저출산으로 유지할 수 없어 분만을 포기한 병의원이 증가하면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까지 원정 출산을 가야 하는 산모들도 늘어난 것이다.
일례로 대표적인 분만 취약지인 강원도에는 2018년 기준 도내 18개 시군 중 화천, 인제, 평창, 정선 등 총 11곳에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안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다. 2013년 보라매병원 이진용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분만 취약지에 거주하는 임신부의 유산율은 다른 지역의 평균치보다 최대 3배나 높다고 한다.
분만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평균 유산율은 3.56%였지만, 유산율이 가장 높은 정선군의 경우 무려 10.3%로 2.9배나 더 높았고, 인제군과 평창군도 각 8.1%로 나타났다.
원정출산 해야 하는 시군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모성사망률도 OECD 평균 10만 명당 4.3명에 비해 아직도 8.4명으로 약 2배 많은 등 의료 선진국의 척도라는 모성 보호 관련 각종 통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혼연령과 초산 연령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2016년 기준 고위험 산모인 35세 이상 산모 비율이 4명 중 1명꼴로 높아져 모성 보호는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면 태아와 산모의 임신 기간 관리 부실로 출산 시 사망률이 높아질 뿐 아니라, 다음번 임신과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쳐 다둥이 출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저출산 시대에 맞게 출산 관련 공공 의료의 기준을 분만실 운영이 아니라, 분만 지원의 전문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대한조산협회의 대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왕절개 등 의료적 개입은 최소화하고 모유수유가 용이한 자연주의 출산을 원하는 산모가 늘면서 조산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KOICA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도 조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현재 조산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련기관의 부족과 관련 제도 미비로 연간 배출되는 신규 조산사는 매년 14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중 최대 수련기관으로 신규 조산사 50%의 교육을 담당하는 일신기독병원이 조산사 양성을 포기하면,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조산사의 맥은 끊어지고 말 것이다.
대한조산협회 김옥경 회장은 ‘조산사 최대 양성기관인 부산일신기독병원이 저출산으로 조산사 수련병원 기준인 분만 건수 월간 100건을 채우지 못해 조산사 수련 기관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저출산 기조에 맞게 조산사 수련병원의 분만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김옥경 회장은 저출산이 국가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조산사 양성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높은 보건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만은 산모와 태아의 생명 및 평생 건강이 걸려있는 중요한 보건행위이다.
조산사는 임신기간 중 임산부의 건강상태를 관찰·점검해 필요한 상담과 교육을 하고, 산모의 분만진통 과정에서 안전한 출산을 도우며 분만 후 산모와 신생아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산후검사 및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의료인으로 간호사 및 조산사 면허를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인건비 부족을 이유로 훈련받은 조산사 대신 조무사의 분만 지원을 묵인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무책임한 행위이다.
또한, 분만취약지역일수록 산부인과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모성보호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전문 수련을 받은 조산사의 도움으로 분만할 수 있다면 산모들도 집처럼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안심하고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분만인프라 붕괴로 조산원 숫자는 2000년 126개에서 2019년 15개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의원별 평균 분만건수의 11.8%나 담당하였다. 의료보험 혜택 후에는 조산원도 분만 인프라의 한 축으로서 모성 보호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대한조산협회는 이미 붕괴된 분만 인프라 보완과 모성 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적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간호대학원에 전문조산사 석사과정을 신설하는 의료법 개정. 둘째, 대한조산협회에서 조산사 양성과정을 마친 후 조산원에서 실습이 가능해야 하며, 셋째, 조산 수습기관이 공익 차원으로 부담해왔던 교육비를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 넷째, 전국 거점지역에서 조산사 수련병원을 정부가 지정해 줄 것. 다섯째, 조산 정책 개발을 위한 연구비 지원 및 여섯째, 분만 취약지구의 조산원 창업비용의 국가 지원 정책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