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의 필리핀 국적 불법체류 환자가 23일 본국으로 송환된다. 충북대학교병원(병원장 최영석)은 각고의 노력 끝에 이 필리핀 환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필리핀 국적의 A씨(53)는 충청북도 진천의 모처에서 일하던 불법체류자이다. 지난 2020년 8월 14일 오전 아침식사 도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진천성모병원을 거쳐 충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후 저산소성 뇌손상을 통한 식물인간 상태로 약 11개월 동안 충북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충북대학교병원 측은 불법체류자 신분의 A씨가 아무런 지불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돌보며 치료했다.
A씨의 사정은 여러 온정의 손길을 불러 모았다. A씨가 일하던 직장과 동료들이 치료비를 모았으며, 필리핀 본국의 가족 또한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더 이상의 차도가 없자 A씨의 가족들은 환자가 자신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고대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의 중환자를 필리핀 본국으로 송환하는 여정은 매우 험난했다. 선례가 없었을뿐더러 이 환자를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방침이 전혀 없었던 것. 코로나바이러스-19로 팬데믹의 빠진 필리핀 행정부도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가족도 없는 이역만리에서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필리핀대사관과 연락이 닿으면서 필리핀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비행기 편이 마련되고, 주치의인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의 주도하에 A씨를 송환할 구체적인 계획안이 마련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자가격리 문제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관계부처의 협조로 결국 7월 23일 항공편을 통해 A씨를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배장환 교수는 “A환자를 치료하고 가족에게 돌려보내기까지 저 뿐만이 아니라 병원의 의료진과 행정부서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불법체류자가 40만명 가량이라고 하는데,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