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영향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매우 심각하다. 사회적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청장년층의 부담 증가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노인층 자체의 가계부담만 해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한 실증적 사례는 노인 의료비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여년전인 1990년 2,403억원에 불과했던 노인의료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 15조4천억원을 넘어섰다. 무려 64배나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노인인구 비율은 4.9%에서 10.5%로 4.9%p 높아졌는데 반해 노인 의료비 비중은 8.2%에서 33.3%로 25.1%p나 수직상승했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의 1/3을 노인계층에서 사용한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한 비용만 계산한 것이다. 노인들이 병․의원을 이용할 때 지불해야 하는 본인부담금과 병․의원을 오가는데 드는 비용, 자녀들이 부담하는 간병비까지 모든 합친 사회적 비용은 20∼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정한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층에서 이같은 규모의 비용부담은 결국 노인가구의 가계 부실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어 앞으로 사회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철저한 대비가 없으면 안될 것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가 대한노인회,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와 함께 오는 11월3일 ‘만성질환 예방의 날’을 선포하고 고혈압, 당뇨 등 노인들이 걸리기 쉬운 만성질환을 예방해 노인 의료비를 낮추는 국민운동을 벌이는 것은 노인의료비 증가로 노인가계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국민운동 캐치프레이즈를 ‘행복한 노후를 위한 국민운동’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병원협회가 ‘행복한 노후를 위한 국민운동’을 벌이면서 만성질환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은 노인 의료비의 상당 부분이 만성질환 치료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인 2002년 4조8천억원 수준이었던 11대 만성질환 진료비는 지난해 16조3천억원으로 3.4배나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에 지불한 건강보험 재정만 해도 고혈압 2조5천억원, 당뇨 1조4천억원을 합쳐 3조9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암 치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과 동일한 액수다. 건강보험 재정까지 걱정되고 있는 형국이다. 만성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만 절감해도 노인가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적정량의 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병원협회는 이날 ‘행복한 노후를 위한 국민운동’을 통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알려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협회는 이날 ‘행복한 노후를 위한 국민운동’이 단순히 선포에 머물지 않고 효과적으로 추진되게 하기 위해 건강증진재단과 만성질환관리협회의 자문을 받아 ‘만성질환 예방수칙’을 제정, 반포할 예정이다. 또한 노인이나 일반인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운동법과 표준식단을 소개할 예정이다. 만성질환 예방수칙은 만성질환관리협회가 작성했으며, 금연, 절주, 건강식단 등은 건강증진재단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등을 참고로 만들었다. 대한영양사협회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적합한 식단을 짜는 등 전문가단체가 참여했다.
노인인구 비율이 10%가 넘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이때, ‘행복한 노후’가 무엇이고 무엇을 할때인지 생각해 볼때가 됐다.
한편 병원협회는 11월3일 오전 9시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멀티프라자에서 ‘행복한 노후를 위한 국민운동’ 선포식을 갖고 만성질환 예방수칙과 실천방안 등을 발표한다. 또한 이날 행사를 기념해 한강시민공원 7.8km를 걷는 걷기행사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