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대 여성 환자가 김밥과 샐러드를 먹은 뒤 심한 구토와 복통으로 내원했다. 환자는 “점심으로 먹은 도시락이 상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했다. 검사 결과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확인됐다. 환자는 심한 탈수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
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가 식중독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섭취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세균 바이러스 또는 그들이 생성한 독소가 주된 원인이다. 대표적 증상으로는 설사 복통 구토 발열 근육통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감염 후 6~48시간 내 증상이 나타나며, 건강한 성인의 경우 2, 3일 이내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에 특히 흔한 식중독 원인균으로는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있다. 병원성 대장균은 주로 덜 익힌 고기나 오염된 채소에서, 살모넬라는 덜 익힌 달걀이나 닭고기에서 검출된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실온에 방치된 김밥이나 샐러드 같은 즉석 음식에서 증식하기 쉬우며, 장염비브리오균은 생선회나 어패류, 젓갈 등에서 발생한다. 이 외에도 노로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
무조건 지사제 복용, 위험 초래할 수도
식중독에 걸렸을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보충이다. 이온음료나 따뜻한 보리차 등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는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위장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죽이나 미음처럼 부드러운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이 도움된다. 반면 유제품이나 기름진 음식, 커피 등은 장을 자극하고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식중독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지사제를 과도하게 복용하면 체내의 균과 독소 배출이 지연돼 오히려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은 개인 위생과 음식 보관이다. 손에 묻은 세균은 2시간 이상 생존이 가능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식중독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빨리 섭취하고, 상온에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조리하면 대부분 사멸된다. 도마와 칼은 용도에 따라 분리 사용해 교차 오염을 막아야 한다.
식중독은 때때로 전염성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노로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성 식중독의 경우, 환자 대변이나 구토물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 가족 간 동시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땐 같은 화장실을 사용한 뒤 철저한 손 씻기와 함께 수건 따로 쓰기, 음식 공유 금지 등의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필요에 따라선 격리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좋은문화병원 소화기내과 여승현 과장 “특히 피가 섞인 설사, 의식 변화, 고열 등의 증상이 있거나 24시간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어린이나 노인, 기저질환자 등은 탈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