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PRP, Platelet-Rich Plasma)’을 활용한 시술, 일명 ‘PRP주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PRP주사는 환자의 혈액을 뽑은 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혈소판(Platelet) 성분을 분리·농축해 환자의 관절 질환 부위에 주사로 투여하는 시술이다.
녹색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송한의 과장은 “PRP주사는 환자 자신의 몸에서 나온 혈소판을 사용하기에 다른 약물과 달리 알레르기 반응이나 거부반응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치료”라며 “다만 환자 상태나 손상 범위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지므로 세밀한 진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조직 재생과 치유에 탁월한 혈소판
PRP주사의 핵심인 ‘혈소판’은 혈액을 이루는 혈액세포 중 하나로 조직 재생과 치유에 탁월하다. 혈액은 크게 적혈구·백혈구·혈소판과 같은 혈액세포와 액체 성분인 혈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혈소판은 성장인자(growth factors)라 불리는 수백 개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지혈 작용을 하며, 염증과 상처 치유에 관여한다. 다만 혈소판은 전체 혈액 중 1% 미만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조직 재생과 자가 치유 속도를 올리는 데 효과적인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PRP)을 발견했고, 2019년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부터 △어깨 회전근개파열 봉합술 후 △무릎골관절염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 승인받았다.
PRP를 활용한 치료 과정은 간단하다. 채혈 후 전용 키트를 이용해 원심분리기로 혈액을 분리, 추출한 고농축 혈소판을 병변에 직접 주사한다. 마취 없이 진행돼 외래 진료부터 시술까지 2~30분 정도 소요되며 일상 복귀도 바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PRP주사는 자신의 정맥혈에서 추출한 것을 사용하므로 면역 반응이 없어 안전하다. 또 손상 부위에 직접 도포하는 방식이라 봉합한 회전근개 조직 재생과 기능 회복, 무릎관절염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퇴행성 변화를 더디게 하는 효과가 있어 60세 미만에 무릎관절염을 진단받았다면 고려해 볼 만한 치료법이다.
◆ 비수술 재생치료 PRP주사, 약이 되려면
하지만 PRP주사는 통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손상 범위와 정도에 따라 투여 위치, 투여량 등이 상이하며 치료 대상이 정해져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서는 신의료기술 승인 시 PRP주사 치료 대상을 ‘만 60세 이하 환자 중 1년 이상 기존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환자’로 명시했다. 즉, PRP주사는 연골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중기 관절염(KL 1~3등급)일 때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녹색병원 정형외과 송한의 과장은 “PRP주사는 무릎 통증, 회전근개파열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원하는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는 치료 선택지 중 하나”라며 “단, 수술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PRP주사는 환자 나이와 상태, 병변 수준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분명 ‘약’이 될 수 있는 치료다. 다만 협착 혹은 연골 경화 및 뼈 변형이 심각하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수술을 미루고자 PRP주사를 선택한다면 치료 시기를 놓쳐 되레 병을 키울 수 있다.
송 과장은 “PRP주사 치료에서 중요한 건 ‘의료기관의 역량’”이라며, “해당 의료기관이 무조건적인 검사보다 시청탁촉 등 신체검사를 기반으로 영상검사를 뒷받침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지, 식약처에서 허가한 근골격계 전용이면서 좋은 품질의 키트를 사용하는지, PRP주사 외에도 다양한 치료법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