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15일 6년 전 미신고 대리 당직과 응급실 수용 거부 논란 속에 사망한 고(故) 김동희 군 의료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 1심에서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의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약 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편도 제거 수술을 시행한 뒤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이송 중인 응급환자의 수용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상급종합병원과, 미신고 대리 당직 상태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은 2차 병원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전체 손해의 70%에 해당하는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2019년 10월 4일 동희 군이 상급종합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시작됐다. 이후 상태가 악화된 동희 군은 10월 9일 2차 병원을 거쳐 119 구급차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으나, 최초 수술을 진행한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용을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약 20km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동희 군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5개월 뒤인 2020년 3월 사망했다.
앞서 진행된 형사재판 1심에서는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으나, 진료기록 허위 작성 등 의료법 위반과 응급환자 수용 거부에 따른 응급의료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업무상 과실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피고인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관련해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 요청을 기피해 환자가 신속한 치료 기회를 놓쳤다”고 판단해 의사 개인과 병원 모두에 책임을 물었다.
이날 민사 판결은 형사재판과 달리 병원 측의 과실과 책임을 보다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응급의료 체계와 당직 운영의 문제점을 다시금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유족 측은 오랜 기간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으며, 특히 동희 군의 아버지는 백혈병 투병 중에도 사건 해결을 위해 활동을 이어오다 2022년 별세했다. 현재는 어머니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동희 군 사건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통해서만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손해배상 시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특례 조항은 피해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응급환자 수용 거부 문제와 미신고 대리 당직 등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