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의 유산 1억원을 소중하게 간직해 온 손녀. 손녀는 1억원을 그대로 보관했다가 할아버지가 일해 온 병원의 환자를 위해 기부했다. 그 손녀는 바로 연세대 음대 신명원 교수다. 남편인 조수헌 서울대 명예교수도 1억원의 기부를 적극 찬성했다.
두 부부는 18일 세브란스를 방문해 이 철 의료원장과 장준 연세의료원 발전기금사무국장, 한상원 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발전기금>으로 고모인 신재숙 선생이 남긴 유산 1억원을 전달했다.
기부의 주인공 신명원 교수의 할아버지는 신필호 선생이다. 그는 1914년 세브란스의학교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세브란스의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황해도 연안에 연안의원을 운영했다. 이후 서울로 자리를 옮겨 당시 서울에서 최고의 의술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로 불렸다.
할아버지인 신필호 선생의 집안은 우리나라 산부인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필호 선생의 동생인 신웅호와 장남 신한수가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했으며, 장손 신희철 역시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했다. 또 둘째 동생 신우호와 차남 신홍수 역시 의사로 활동했다. 신필호 선생의 부인은 세브란스의학교 제1회 졸업생이자 최초의 서양 의사인 박서양의 여동생이다.
신필호 선생의 딸인 고 신재숙 선생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를 마친 후 1957년부터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UNESCO) 본부 도서과에서 근무했다. 신재숙 선생은 당시 여성이 사회적 진출이 쉽지 않은 시절 국제기구에서 일했다. 1960년대 후반 발행된 소년한국일보는 만평 ‘코주부’를 통해 신재숙 선생의 국제기구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2007년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 한국에 머물다 4일 92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다.
1억원을 기부한 신명원 교수는 “유산을 준 고모님은 평소 질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애틋하게 여기셨다”면서 “고모께서 남기신 유산은 생전 할아버지께서 배우고 몸 담았던 병원의 환자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모인 고 신재숙 선생은 1998년에도 세브란스병원 건축에 1억원을 후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