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제약바이오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개편이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비상대책기구를 가동하며 대응 논의에 나섰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관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의 제1차 회의는 그 상징적 출발점이었다.
이날 회의는 위원장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류형선 한국의약품수출협회 회장·김정진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장·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등 공동 부위원장, 비대위 산하 기획정책위원회 김영주 위원장과 국민소통위원회 이재국 위원장, 협회와 회원사 임원 등으로 구성된 실무지원단 등이 참석,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모습이 비상시국이라서 그런지 매우 딱딱하고 긴장되긴 했지만 회의 후 찍은 기념사진에 비친 영상은 그래도 미래지향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지는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드러난 공통된 우려는 지금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야 할 ‘골든 타임’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가 확대될 경우, 그 직접적인 충격은 기업의 R&D 투자 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이 자체 기술과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신약에 도전하는 시점에서 약가제도 변화는 미래 산업 생태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약가 인하 중심 개편이 불러올 수 있는 산업적 리스크
현시점에서 공개된 개편안의 일부 방향만 보더라도, 업계의 우려는 단순한 이익 감소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1. R&D 투자 여력 감소
신약 개발은 수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리는 고위험·고비용 산업이다. 약가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은 줄어들고 이는 곧 혁신 동력 약화로 이어진다.
2. 제조 기반 및 일자리 축소 우려
국내 제약 제조업은 지역경제와 연계된 다층적 산업 구조를 갖는다. 가격 압박이 심화되면 생산 유인도 약해져 결국 국내 생산 감소와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
3. 수입의약품 의존도 증가
국산 의약품의 개발·생산 기반이 약화되면 상대적으로 고가 수입약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보건안보 차원에서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 약가제도 개편은 산업 전략과 연동된 정책이어야
약가제도는 단순한 가격 조정 장치가 아니다. 국가 보건의료 재정, 환자 접근성, 산업 경쟁력, 기술 자립도 등 다양한 공공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복합 시스템이다. 따라서 약가 개편 논의는 다음의 관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1) 지출 효율화를 위한 정교한 구조조정
무조건적인 약가 인하가 아니라 ▲중복 치료군 조정 ▲비효율적 급여 구조 정비 ▲실사용 기반 평가(RWE) 도입 등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2) 혁신 신약·글로벌 도전 신약에 대한 차등적 보상
R&D 투자와 기술 혁신의 성과가 정당하게 보상될 수 있어야 산업이 지속 가능해진다. 혁신성이 입증된 의약품은 별도 가치 기반 방식으로 평가하는 등 **‘혁신 인센티브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3) 국산 의약품 자립도와 보건안보 전략 반영
감염병, 첨단바이오, 희귀질환 치료제 등 국가 보건안보 전략과 연계해 국내 생산 및 개발 유도 정책이 약가체계에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4) 산업계와의 상시적 협의 체제 구축
일방향적 제도 설계는 산업 현장의 실제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번 비대위를 통해 제기된 산업계의 우려는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이 아니라 산업 미래에 대한 경고라는 점에서 정책 당국은 적극적인 소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의 기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지난 10년간 기술수출, 바이오의약품 제조, 신약개발 성과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지금은 외형적 성장에서 실질적 글로벌 경쟁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중대한 시기다.
따라서 약가제도 개편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목표와 함께 산업 경쟁력 강화,혁신 유인 확보,보건안보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조만간 정부가 내놓을 약가제도 개편안이 이러한 미래지향적 관점을 담아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서 주도적 위상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산업계 또한 합리적 제안과 책임 있는 참여를 통해 국민 건강과 산업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