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병원장 김영태)은 지난 2일 본관 1층 로비에서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의 벽’ 제막식을 열고,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나누고 떠난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추모의 벽에는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장기기증을 실천한 273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 공간은 기증자 한 분 한 분의 결정을 오래 기억하고, 병원을 찾는 이들이 생명나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도록 조성됐다.
기증자 명단에는 2021년 다섯 살의 나이에 심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해 세 명의 생명을 살린 전소율 양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소율 양은 2019년 사고 이후 오랜 치료를 이어오다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가족은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행사에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전소율 양 부친은 “소율이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계속 뛰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위로가 된다”며 “기증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이 이어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기 위해 2023년 국내 최초로 ‘울림길’ 예우 의식을 도입해, 장기기증자가 수술실로 향하는 마지막 길에 의료진이 도열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울림길 예우가 진행됐으며, 이번 추모의 벽은 이러한 존중의 정신을 병원 공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25년 11월 말 기준 총 7,582건의 장기이식을 시행했다. 이 중 약 2,500건(33%)은 뇌사 장기기증으로 이루어진 수술로, 신장 1,155건·간 770건·심장 279건·폐 226건·췌장 72건이 해당된다. 이는 수많은 환자가 다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던 배경에 기증자와 유가족의 숭고한 헌신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 민상일 장기이식센터장,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강현진 본부장, 유가족 및 이식 수혜자, 의료진 등 50여 명이 참석해 기증자들을 함께 추모하며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수혜자들도 참석했다. 1995년 뇌사 심장이식을 받고 30년 넘게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는 권경남 씨(49년생, 여성)는 기증자들의 이름이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추모의 벽 조성과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5천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기증자분의 결정 덕분에 지금의 삶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그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태 병원장은 “추모의 벽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결단을 오래 기억하고, 생명나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병원의 의지를 담은 공간”이라며 “서울대병원은 앞으로도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고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