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급여 항목의 관리급여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손보험 재정 안정과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정부의 목표 자체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의 급여권 편입 문제를 바라보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 현장의 실제 작동 원리’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항목의 관리급여 전환 정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의 급여권 편입 논의가 거론되면서, 현장의 전문성과 진료 특성을 반영한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는 대표적인 맞춤형 치료 영역이다. 환자마다 통증의 원인·범위·정도·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진료 과정에서 의사의 판단과 숙련도가 치료 효과를 좌우한다. 이를 일률적인 급여 기준 안에 넣는 것은 단순히 ‘가격을 조정하는 문제’를 넘어, 치료의 방식과 과정까지 표준화하려는 시도와도 연결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표준화가 환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 혹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관리급여 정책을 통해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줄이고 합리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의 의료기관들은 이를 ‘통제’와 ‘삭감’ 중심의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식 차이로 보기 어렵다. 실제로 저수가 구조 속에서 어려움에 놓인 개원가에 비급여 치료 항목은 중요한 진료 자원이며, 동시에 의료기관 유지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 영역이 충분한 대안 없이 급여 체계로 편입될 경우, 의료기관 운영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선의가 현장에서 왜 부정적으로 받아들지의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의료계는 정부 정책이 실제 진료 환경보다는 행정적 목표에 집중해 설계되는 경우를 반복적으로 경험해왔다.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서 나타난 일방적 추진, 필수의료 정책의 미비한 후속 조치 등은 의료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 배경이 됐다. 이번 관리급여 논의도 같은 구조 안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정부 역시 정책적 고민이 없지 않다. 비급여 증가, 실손보험 재정 악화, 환자 부담 가중 등은 분명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그러나 복잡한 의료 생태계에서 어느 한 축만을 조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오히려 풍선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비급여 억제만을 목표로 한 급여화는 의료 접근성을 낮추고 진료의 다양성을 제한할 수 있으며,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는 치료의 폭을 좁힐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방향 조정’이다. 비급여를 급여화할 것인지 여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으로, 누구와 함께, 어떤 목표를 위해 설계할 것인지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같은 특수 진료 영역은 시범사업을 통한 자료 축적, 전문학회의 참여, 일선 의료기관의 의견 수렴을 통해 보다 정교한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관리의 목적이 ‘진료의 질 향상’과 ‘환자 보호’라면, 그 목적을 뒷받침할 구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의 논쟁이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건강보험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이루는 방식이다. 의료계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급진적 접근을 시도한다면 결국 정책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의 급여화 논란은 단순히 두 개 항목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비급여 관리 정책 전체가 어떤 철학과 접근 방식으로 설계돼야 하는지 묻는 출발점이다. 정부가 의료계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면, 지금은 대한의사협회 등과 대화를 넓히고 정책의 깊이를 더해야 할 때다. 그 과정이 없다면, 정책은 결국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밀어 붙이면 부작용이 뒤 따른다 점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