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KPIS)을 전면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한 것은 국내 의약품 유통관리 체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조치라 평가할 수 있다. 단순한 시스템 이전이 아니라, 유통 정보의 신뢰성·확장성·공익적 활용을 위한 기반을 정비한 ‘인프라 혁신’이기 때문이다.KPIS는 541억 건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국가 핵심 플랫폼이다. 10년 이상 운영돼 온 노후 시스템은 최근 급증하는 데이터량과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특히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응, 회수 의약품 추적, 위해 의약품 관리 등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클라우드 전환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었다.
클라우드 전환으로 가장 큰 변화는 탄력적 확장성의 확보다. 수급 상황이 급변하거나 공급 보고량이 급증하더라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이는 유통관리의 정확도를 높이고,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강점을 갖는 AI 기반 분석 시스템과의 연계도 가능케 한다.
API 기반의 양방향 정보 공유 인프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진전이다. 기존의 일방향 보고 체계를 넘어, 유통업체·제약사·의료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필요한 정보를 상시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단순 효율성 개선을 넘어 유통 투명성 강화로 직접 연결된다.
심사평가원이 국내 주요 의약품 유통 소프트웨어 업체와 워크숍을 열어 인터페이스 개선, 데이터 품질 고도화, 실시간 정보 공유 등을 논의한 것은 정책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보시스템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활용 주체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정책의 실효성이 담보된다.
특히 의약품 유통업체별 다양한 운영환경을 고려한 표준 정비 작업은 향후 공공-산업계 협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데이터 품질과 시스템 신뢰성은 곧 규제·감시·정책 대응의 기반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약품 접근성 및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보건의료 전반을 재편하는 시대에, 의약품 유통정보는 단순한 행정 데이터가 아니다.
수급 모니터링, 공급 부족 조기경보, 위해 의약품 회수 체계 고도화, 산업계 물류 최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이다.
이번 클라우드 전환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심사평가원이 정례적 협의 채널을 통해 산업계, 유통업계,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제도적·기술적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
의약품 유통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다.이번 클라우드 전환이 단순한 시스템의 현대화를 넘어,대한민국 의약품 안전관리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