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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영칼럼/제17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권기범 차기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차기 이사장에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이 선임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권 차기 이사장의 이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연스럽게 하마평에 올랐고, 제약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가 이사장직의 지휘봉을 잡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권 회장은 조용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사장 선임을 앞두고 그는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동분서주했다. 

공개적인 목소리보다는 물밑 소통을 택했고, 회원사들과 특히 협회 이사진을 중심으로 신뢰를 쌓아갔다. 

치밀하고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했고, 그 결과 전면적 약가 인하가 아닌 단계적 인하라는 최소한의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일까.
권기범이라는 이름 앞에 지금 업계가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본격적인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이후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회원사들이 권 이사장에게 주문하는 기대는 큰 틀에서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관계’와 ‘소통’의 강화다.
약가제도 개편 대응 과정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제약협동조합,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과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들 단체 간 협력은 느슨했고, 때로는 불협화음도 있었다.
특히 약품조합 이사장에 대한 ‘패싱’ 논란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제약산업은 어느 한 단체의 독주로 굴러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협회 정관을 개정해서라도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5개 제약단체의 수장을 당연직 이사장단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러면 누가 회장이나 이사장이 되더라도 함부러 유관 제약단체를 경시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비대위의 명분도, 대외적 설득력도 함께 강화될 수 있다.

둘째, 협회 운영이 과연 ‘회원 중심’인지 점검해야 한다.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회비를 내고 있지만 체감되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공문 전달, 광고심의위원회 활용 정도가 전부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들린다.
협회는 단순한 행정 창구가 아니다. 회원사들이 낸 회비가 산업 보호와 성장이라는 실질적 가치로 돌아오고 있는지, 권 이사장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특히 중소·중견 제약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대응, 규제 개선, 정보 제공 기능 강화가 절실하다.

셋째, 협회 내 각종 위원회의  재정비다.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위원회, 있으나 마나 한 위원회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현재 협회는 대외적으로 회장 중심 운영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이사장은 위원회 활동을 직접 챙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권 회장이 은둔형 리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도 아니라는 평가가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제도와 구조를 통해 회원들과 만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연 1회라도 주요 위원회 회의에 직접 참석해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협회 사업과 정책에 반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매우 엄중한 시기에 협회 이사장직을 맡았다.

약가제도 개편, 글로벌 경쟁 심화, 규제 환경 변화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과제가 없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은 기대한다.

권기범 이사장이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 조율과 설득의 리더십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기대가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제17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이라는 이름이 ‘통합과 신뢰의 시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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