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로 도산 위기에 몰려 있는 동네 의원을 비롯해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병원급들도 점차 어둠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어,의료계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포괄수가제 확대시행에 이어 보건복지부가 최근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한 의료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병원급의 아킬레스건인 '선택진료제'의 존폐문제가 본격 거론되고 있어 병원계가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의료계와 병원계 모두 원격진료제의 시행과 선택진료제의 폐지가 이뤄질 경우 심각한 상황에 도래 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큰 흐름은 되돌릴 수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어서 향후 양단체의 투쟁 움직임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의협의 경우 원격진료가 입법 예고대로 시행될 경우 "일전도 불사하겠다"고 이미 경고 한바 있어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여하에 따라 지루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병원경영자 모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병협은 의협과 달리 향후 투쟁 등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속내는 '부글부글'한 모습이 역력하다.
장호근 병원협회 보험이사는 10월 31일 영등포 그랜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선택진료제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정부는 병원의 희생과 의무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자세로 국민과 의료계 모두를 위한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의 선택진료제 개선안에 대해 장호근 이사는 제도 개선 논의 시 각 대안에 따른 병원계의 정확한 손실 정도와 보전방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는 게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계와 사전 협의 없이 그동안 논의된 사안을 터트리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추진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병원계가 이를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병원계의 부담과 희생으로 전가되는 개선안에 대해 ‘절대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한 장 이사는 선택진료제가 보험재정 여건상 저수가정책으로 인해 일정부분 수입보전책과 환자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만든 제도임에도 마치 병원의 잘못된 제도 운영으로 환자에게 (추가부담의) 피해를 주고 있다는 식의 정부 주장을 개탄했다.
장 이사는 선택진료제도 개선 과정에서 병원계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병원이 손실을 감수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논의는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영상수가 인하, DRG(포괄수가) 확대시행에 따른 병원계 손실은 물론, 박근혜 정부 들어 추진된 초음파급여화와 4대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이미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손실을 본 병원계로서는 선택진료까지 폐지 또는 축소되면 극한의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간 선택진료비용 1조 3천억원, 상급병실료 1조 147억원 등 건보공단이 추계한 비용에 대한 손실보전을 위해선 각각 2.5%와 3.3%, 총 5.8%의 보험료 율(현재 보험료율은 5.9%이며 요율 1% 인상 시 약 4천억원 확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영호 병협 정책위원장은 이어진 토론에서 “기획단의 개편방안은 일부의견에 편중된 안으로 합리적인 안으로 볼 수 없으며, 병원 예상 손실분에 대한 보전방안이 사전에 명확하게 제시되고, 이에 대한 병원계와의 합의가 이뤄진 연후 개편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나춘균 병협 대변인도 “선택진료제 요건을 강화하든 대폭 축소하든 상응하는 재정확보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고 병원계의 합리적인 의견도 수렴해 정책을 펴야하는데 일방적으로 병원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상급병실 대폭 축소와 함께 선택진료제에 대수술을 가할 경우 오히려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어 대혼란이 빚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