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약가 인하에 대한 저항은 예상보다 훨씬 강해다. 너무 강렬했다.
일괄약가 인하는 단순하게 약가 인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무늬만 궐기 개회가 아니라 진정한호소였다.
제약인들의 열망은 마음에서 울러나, 목소리로 퍼져나왔다. 정책입안자들이 이들의 진정성을 외면할수 없는 궐기대회였다.
대회에 참가한 이들의 주장은 누구를 비난하거나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약가 인하가 현실화 되면 사랑하는 일터를 떠날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담은 '눈물겨운 호소'였다.
111년 제약산업 역사상 제약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날 제약인들이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일괄 약가인하를 전면 재검토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제약협회 주관으로 18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궐기대회’에는 제약협회 220여개 회원사 약 9천여명의 제약인들이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제약사 직원들은 ‘졸속적인 약가정책 국민건강 위협한다’‘고용불안 야기하는 약가정책 제고하라’‘비상식적 제약산업, 제약산업 말살한다’등의 구호를 외쳤다.
제약업계는 최근 복지부가 입안예고한 새로운 약가제도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되면 영업적자 발생으로 △제약사 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고,실업자 양산을 비롯해 국민 제약주권 상실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고용불안을 흡수하고, R&D투자 확대 등 산업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 정책에 대한 무조건 반대가 아닌 단계적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대회사에서 “제약산업은 자력으로 17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등 저렴하고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해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며 “제약업계도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만큼 업계가 충격을 흡수하고 고용불안을 잠재울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단계적인 약가인하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제약업계 스스로 투명성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정부의 일괄약가인하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라며 투명성 확보에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세영 대한약학회 회장도 “정부는 제약업계가 납득할 만한 약가인하 추진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신약의 약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책정해 제약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