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비스산업 진입․행위규제를 발굴․개선하여 서비스기업의 시장진입 촉진 및 고용․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원격의료 허용과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현행 13개) 을 20개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관련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진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이하 의협)는 5일 정부가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중 의료 관련 부문을 포함해 발표한 것에 대해 경제문제만을 고려한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국민건강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정책을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분야별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경제․산업적 측면만을 고려한 것으로 국민의 건강과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검토가 결여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의협은 우선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의료기관․보건소 중심의 생활밀착형 지역사회 건강관리서비스 모형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는 헌법에 따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의료기관에 국민의 건강관리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것으로 기업들의 투자 및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들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예방 등 보건소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문제가 다각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소를 통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보건소 본연의 기능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를 외면한 것으로, 오히려 일차의료기관과의 경쟁만을 초래하여 비효율적인 의료체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원격의료는 그동안 야당, 의료계, 시민단체 등에서 현행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정보보안 문제, 책임소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도서, 벽지 등 의료 취약지 환자들에 대한 의료접근성 문제도 원격의료가 아니라 환자들이 의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주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국민에게 정말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번 정부의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는 진료정보 활용 문제, 경영지원서비스 허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한 의료기관 경영효율화 문제,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국내 보험사의 외국인 대상 보험상품 개발, 판매 등의 보건의료 분야 정책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은 정책들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 상업 자본에 의해 의료가 종속되는 등 의료체계의 왜곡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의료계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국내 의료체계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의료 관련 정책들이 포함된 것에 대해 의협은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하였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이번 정부의 ‘서비스경제 발전전략’ 중 의료 관련 부문은 국가 보건의료 큰 틀 속에서 현행법의 목적과 취지를 무시하고 경제․산업적 측면만을 고려하여 기업들의 투자 유치 및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고 언급하며,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발표로 의료계는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원격의료뿐 아니라 비의료기관에게 국민의 건강을 맡기는 건강관리서비스 등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책으로 협회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극 대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는 성명서 통해 "판매현장의 불법적인 행태는 안중에도 없이 무분별한 품목확대만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의약품 수요와 접근성을 명목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73% 이상의 업소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준수사항은 전혀 지켜지지 않아 판매중지 의약품이 즉각 회수되지 않거나, 무분별한 판매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판매업소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지정 취소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최소한의 교육조차 받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이 무차별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상황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정부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한다는 것은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오로지 경제적인 부분에만 몰입된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국민을 의약품 오남용의 위험으로부터 지켜 부작용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