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한국으로 입국해 생활하던 츠카이유리(72세)씨 가족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아들이 직접 작성한 감사의 손 편지가 인천의료원에 전달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날 보호자인 아들이 인천의료원에 감사편지를 전달하게 된 계기는 이랬다.
3개월 전 전쟁을 피해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츠카이유리씨 가족은 생계유지를 위해 방문취업(H-2) 비자를 신청한 상태로, 환자의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가족을 부양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국인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17일 아침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환자를 발견한 아들이 인근병원으로 긴급히 이송했고, 뇌 컴퓨터 단층촬영(Brain CT) 결과 뇌출혈로 환자는 긴급수술을 요하는 상태였다.
당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가족은 수술을 거부했다. 이유는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으로 이날 검사 비용만 3백여만 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수중에 모아둔 얼마의 금액과 주변 지인을 통해 간신히 검사비용에 대한 수납을 마친 가족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공공병원인 인천의료원을 선택했다.
이러한 사연을 접한 인천의료원은 환자를 돕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던 중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에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환자를 위해 시행하는 나눔의료사업에 츠카이유리씨를 사례대상으로 신청해 8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다음은 츠카이막심(아들)씨가 전해준 감사편지의 원문내용이다.
“10월17일 아내가 아버지에게 아이들의 학교와 유치원 등교를 이유로 전화를 드렸으나 아버지가 받지 않으셨습니다. 여러 차례 전화에도 받지 않는 상황에 걱정된 저와 아내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집으로 달려갔는데 아버지가 쓰러져 계셨습니다. 아내는 바로 구급차를 불렀고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렸고,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난민으로 치료비도 없고 건강보험도 없는데 진료비 부담 때문에 옮긴 인천의료원에서 인천시청, 인천관광공사와 함께 우리에게 지원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승연 의료원장은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이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사연을 접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현재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며 환자를 돕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으로 환자분에 대해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