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하나둘 송년회 일정을 채워 넣고, 식탁 위는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넘쳐난다. “오늘만은 괜찮겠지”라는 방심 속에서 반복되는 폭음·폭식은 간과 위에 쉴 틈 없는 부담을 준다. 피로, 속쓰림, 더부룩함은 이미 시작된 신호일 뿐이다. 이 시기 무리한 음주는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위험을 높이고, 과식은 역류성 식도염, 급성위염이나 소화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즐거운 분위기 뒤에서 우리몸의 장기는 조용히 한계를 넘고 있다.
문제는 그 영향이 단순한 피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화불량, 속쓰림, 더부룩함은 시작에 불과하며, 간은 해독을 감당하지 못한 채 혹사당하고 위는 쉼 없이 자극받는다. 송년회 한두 번의 선택이 연말을 넘어 새해의 건강까지 흔들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승한 교수와 간센터 이영선 교수가 말하는 연말 송년회 폭음·폭식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한 접시 더의 대가… 위가 먼저 무너진다
과식이나 폭식은 위를 비정상적으로 팽창시키고 위 점막에 기계적인 자극을 가해 위산 분비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상복부 불편감, 더부룩함, 트림 증가, 소화 지연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연말에는 반복적인 폭식을 할 수 있어 위 배출지연이나 위장운동저하를 초래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기능성 소화불량, 위식도역류질환 증상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기름지거나 염분·향신료가 많은 음식은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위 점막 방어능력을 저하시켜 점막 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자극이 반복되면 급성 위염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만성 위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미란·궤양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식이 반복될 경우 식사 후 통증, 속쓰림, 조기포만감, 구역감 등의 증상이 만성화될 수 있고, 이는 식사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어져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단순한 과식으로 넘겼던 습관이 결국 위 건강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술잔이 쌓일수록 간은 침묵 속에서 망가진다
폭음은 간의 해독 기능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며,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이 간세포를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지방간이 형성되고, 반복될 경우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간 질환이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멀쩡하다고 느끼는 사이, 간은 이미 한계를 넘고 있을 수 있다. 피로와 무기력감은 종종 간 손상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지속적인 폭음은 간의 섬유화를 유발하며 간경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인다. 간경변은 단순한 기능 저하를 넘어 복수, 황달, 출혈 위험 증가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술 좀 마셨을 뿐’이라는 인식과 달리, 간은 반복된 음주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조용히 무너진다. 문제는 손상 이후 회복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송년회에서 나의 간과 위를 지키는 최소한의 선택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리한 섭취를 스스로 조절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공복 음주를 피하고, 식사는 천천히 적정량만 섭취하며, 음주는 기 분 좋을 정도로 한두잔만 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물을 자주 마시고 자극적인 안주는 줄이는 것만으로도 간과 위의 부담은 크게 감소한다. 작은 습관 변화가 연말 건강을 좌우한다.
또한 연속된 술자리를 피하고,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부족과 알코올이 겹치면 간 회복은 더욱 지연된다. ‘분위기’보다 ‘내 몸의 상태’를 우선하는 선택이 결국 연말과 새해를 건강하게 이어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잠시의 절제가 오히려 가장 현명한 자기관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