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배 유해성분과 시험법을 규정한 고시를 제정한 것은 우리 사회 담배 관리 정책이 한 단계 진화하는 전환점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담배 규제는 가격 인상과 경고그림, 광고 제한 등 소비 억제 중심에 머물러 왔다면, 이제는 담배 속 무엇이 얼마나 위험한지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하는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번 고시는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니코틴·타르를 포함한 44종,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20종의 유해성분을 검사 대상으로 명확히 지정했다. 더 나아가 시험법 역시 WHO와 ISO 등 국제기구의 표준시험법을 토대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제적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해외는 이미 ‘성분 관리’가 기본이다
외국의 담배 관리 정책을 보면, 유해성분 관리와 정보 공개는 이미 상식에 가깝다. 캐나다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담배 연기 성분을 정기적으로 분석·공개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호주는 담배 제조사가 특정 유해성분을 감축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도록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담배제품지침(TPD)을 통해 니코틴 함량, 첨가물, 배출물 정보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 FDA는 담배를 ‘규제 대상 제품’으로 분류하고, 제조·유통·성분 관리 전반에 걸쳐 사전·사후 규제를 시행 중이다. 특히 전자담배의 경우 ‘덜 해롭다’는 마케팅 표현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담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 비용을 유발하는 공중보건 사안이라는 인식이다.
흡연 피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부담
흡연이 각종 암과 심혈관질환, 만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최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 아래 청소년과 젊은 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니코틴 중독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가열·기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장기적 영향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도 않았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의 건강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비 증가, 노동 생산성 저하, 간접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흡연은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 문제다. 결국 담배 유해성분 관리 강화는 금연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위험을 정확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과학적 관리가 신뢰를 만든다
이번 고시의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측정과 관리’다. 담배 제조업자와 수입업자가 제품별 유해성분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담배를 더 이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두지 않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또한 식약처가 시험법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힌 점은 변화하는 담배 제품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담배 정책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유해성분 관리와 투명한 정보 제공은 논쟁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넓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번 담배 유해성분 고시 제정이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국민 건강을 중심에 둔 담배 정책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