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3일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가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방 난임 지원사업을 즉각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난임치료는 개인적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난임 부부의 생명과 직결된 고도의 전문 의료 영역”이라며 “객관적·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한방 난임치료를 국가가 지원하거나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국민 건강권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현재 한방 난임치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임상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임상연구나 무작위 대조시험이 부족하고,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명확히 입증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한방 난임 관련 임상연구조차 해외 학술지 심사 과정에서 “비과학적이며 임상연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탈락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03개 지자체에서 4,473명이 참여한 한방 난임사업의 임상적 임신율은 7.7개월 기준 12.5%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자연 임신율(약 25% 이상)의 절반 수준으로,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안전성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됐다. 의료계는 난임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한약 처방에 임신 중 태아 기형, 유산, 장기 독성 위험이 지적된 약재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 연구에서는 한약 복용과 관련한 심장 독성, 중금속 노출, 유산 위험 증가 가능성도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고 덧붙였다. 일부 자료에서는 한방 난임사업의 유산율이 인공수정보다 3배 높고, 출산 실패율은 최대 8배까지 높다는 결과도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방 난임치료는 임신 전부터 임신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 한약을 지속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태아 형성 초기의 가장 취약한 시기에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나 안전성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안전성조차 담보되지 않은 치료를 난임 여성에게 권유하고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난임 부부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고, 검증된 현대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행위”라며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적 검증을 건너뛴 정책은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한방 난임 지원사업 즉각 중단 △한약재 독성·유산율·출생아 건강에 대한 전수조사 및 결과 공개 △사업 예산, 참여자 수, 임신·출산 결과, 부작용 등 모든 성과 지표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방 난임치료는 객관적·과학적 입증이 어렵고 국가지원을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가 필요하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정부 스스로도 제도화 수준의 근거가 부족함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는 최근 한의계가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공청회 개최를 요구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 주관 하에 의료계와 한의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조속히 열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 앞에서 투명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