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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의대 교수들 “의사 수 아닌 정책 실패가 본질”…정부는 “증원 불가피”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결정을 앞두고 의료계와 정부 간 인력 정책을 둘러싼 인식 차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서울시의사회를 비롯 시도 의사회가 반대 성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은 지역·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을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정책 실패에서 찾으며 의대 정원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중장기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한 인력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채희복 충북대 교수, 김충효·유윤종 강원대 교수, 박평재 고려대 교수,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근거 없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 대란이 채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섣부른 정원 확대가 반복된다면 한국 의료는 회복 불가능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사인력수급 추계위원회는 2025년 12월 31일 공식 브리핑에서 2035년 의사 부족 규모를 1,5354,923명, 2040년에는 5,07411,136명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추계를 근거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수들은 이러한 접근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의 지역의료·필수의료 위기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진료의뢰체계 붕괴와 왜곡된 보상체계, 의료인 보호 부재 등 정책 실패가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1995년 진료의뢰체계가 사실상 해체된 이후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면서 지방 의료기관의 기능 약화가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인력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수들은 “의대 졸업생 수가 늘어난다고 필수의료과를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실제로 2024년 의대 증원 정책 이후 지방 국립대병원의 내과·소아과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수가 구조와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부재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필수의료 인력 이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인력 확충과 제도 개선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지역 의료 인력 배치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사회의료보험 체제에서 단순히 수요·공급 논리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건강보험은 의료 이용을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구조인 만큼, 진료의뢰체계 복원과 1차 의료 중심의 전달체계 확립 없이 증원만으로는 재정과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이 최근 의대 정원 축소까지 논의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해외 사례를 단편적으로 인용해 증원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의료제도의 구조와 현실을 반영한 보다 정교한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의대 정원 논의에 앞서 중증·응급·바이탈 의료를 책임질 전문의를 어떻게 양성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며, 필수의료 전담 트랙을 통한 선발·수련·고용까지 연계된 공공 일자리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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