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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피로·업무 냉소… ‘번아웃 증후군’ 신호일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 “번아웃, 특정 개인의 취약성 때문 아냐"

퇴근 후에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업무에 냉소가 쌓인다면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닌 ‘번아웃 증후군’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번아웃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무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만큼, 버티기보다는 회복이 가능한 업무 구조와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퇴근 후에도 업무 메신저 알림을 끄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고, 주말이 지나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상태가 반복된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업무량은 줄지 않는데 집중력은 떨어지고, 과거에 의미를 느끼던 일에도 점점 냉소적인 반응이 앞선다면 단순한 피로나 의욕 저하를 넘어선 신호일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심리적·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의미한다. 극심한 피로감과 정서적 소진, 업무에 대한 냉소, 성취감 저하가 대표적인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ICD-11에서 번아웃을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정의하며, 개인 성향보다는 업무 환경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번아웃은 특정 개인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지속적인 책임과 높은 요구 수준, 통제감 부족, 회복 자원의 결핍이 누적된 직무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스트레스가 쌓이는데도 회복이 어려운 구조가 지속될 때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업무 통제감 부족 등은 번아웃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업무 강도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수록 심리적 에너지는 빠르게 소진된다. 전문가들은 피로와 냉소, 성취감 저하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넘기지 말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응의 핵심은 ‘더 버티는 것’이 아니라 ‘회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휴식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등 회복을 전제로 한 업무 조절이 필요하다. 한 교수는 “번아웃 상태에서 개인에게 무조건적인 인내나 긍정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진 신호를 인식하고 회복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감당하지 않으려는 태도 역시 중요한 대응이다. 상급자나 동료와의 업무 조정 논의, 조직 내 지원 제도 활용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처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번아웃은 개인이 혼자 버텨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업무 수행에 지장이 생기거나 수면 장애가 지속되고, 불안·우울 증상이 동반되는 소진 상태가 이어진다면 이는 직무 환경에서 비롯된 번아웃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악화되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한 평가와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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