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입법 재검토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2025년 10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의료기사가 기존의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수행하던 업무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서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개정안이 의료행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 보조 및 검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이는 의료행위가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 상태에 대한 책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지도’ 외에 ‘처방·의뢰’만으로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해 의사의 직접적인 감독과 책임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의료기사의 독자적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특히 의협은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배제될 경우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지고, 의료기사 단독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환자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또한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안 추진 배경으로 제시된 방문재활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협은 충분한 대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12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원이 시행한 ‘재활의료기관 4단계 수가 시범사업’에서는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등이 환자 자택을 방문해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화나 온라인 플랫폼 등 양방향 소통 수단을 활용해 의사의 지도를 받는 방식이 적용됐다.
의협은 이를 통해 기존 ‘지도’ 개념만으로도 방문재활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통합돌봄 정책 일정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3월 5일 발표한 ‘돌봄통합지원법’ 추진 로드맵에 따르면 물리치료사의 방문재활은 즉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2028~2029년 안정기에 도입될 예정으로, 현재 관련 사안은 정부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입법을 서두르기보다는 현행 보건의료체계와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의료기사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의료기관 외 환경에서도 의사의 지도·감독이 가능하도록 ‘지도’의 공간적 개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환자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방문재활 등 통합돌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료체계는 명확한 책임 구조 위에서 유지돼야 한다”며 “의사의 지도와 감독이 배제된 의료행위는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문재활이 의사의 지도 아래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안착에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도 “의료체계의 질서를 훼손할 수 있는 왜곡된 입법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