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노동조합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노사협의회가 최근 사측과 임금 및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인상된 임금 일부를 병원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노-사 상생의 합의를 이뤄냈다.
경희의료원 노·사는 지난 11월 16일 밤 12시 임금 및 단체교섭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4개월에 걸쳐 진행된 24차례의 협상을 끝냈다. 경희의료원은 경영 상황을 설명하며 2013년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구성원의 사기 진작과 가계 부담을 고려해 총액 대비 2% 인상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노동조합도 2% 인상분 중 1%(약 11억 원)를 암병원 건립 재원으로 출연, 병원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도 2회에 걸쳐 노·사협상을 진행하고, 11월 중순 2% 임금 인상분 중 1%(약 6억 원)를 별관동 진료공간 확충 등 병원 발전 재원으로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경희 의료기관 노-사 간의 아름다운 합의는 병원 경영 현실을 공감하고 병원 발전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화합정신이 바탕이 됐다. 경희의료원 노동조합 조은숙 지부장은 노·사합의 결과에 대해 "딜레마 속에서 찾아낸 해법"이라면서 “병원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노조원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노력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이 발전해야 구성원도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임영진 경희의료원장은 “어려운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제2의 성장을 위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위기를 맞을지가 결정된다.”면서 “병원 경영에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임금 인상분의 1%를 기부한 구성원의 헌신을 잊지 않고 앞으로 암병원 건립과 연구중심병원 추진, 진료 외 수익사업 등을 전략적으로 추진해 병원 발전과 구성원 복지 향상을 반드시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노․사협상은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조은숙 지부장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과거에는 인력, 임금, 인사 공정성, 후생복지 등에 한정돼 있었다면, 지금은 공공재로서 의료가 갖는 중요성, 의료인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 때문에 올해 노·사 합의 결과를 두고 어느 쪽이 더 만족스러운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1% 기부가 의료의 새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노조원 모두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경희의 상생문화는 2011년 3월 등록금 인상 과정에서도 아름다운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경희대학교는 등록금을 3% 인상하기로 했으나, 학생들과의 논의 끝에 등록금 동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미 납부한 등록금 처리와 관련, 대학과 학생회 양측은 인상분 가운데 2%는 학생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1%는 장학금 및 교내 청소노동자와 시간강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