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 (수)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김희수총장 자서전/61/공주중학교 시절

이만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그 당시 행군을 통해 단련한 결과



공주중학교에 입학을 한 것은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바로 이듬해인 1942년이었다. 일제시대 중학교는 오늘날 중·고등학교의 통합과정으로 운영되었다. 그때는 군청 소재지에 중학교가 없는 곳이 많아 중학교만 가도 유학으로 생각할 때였다. 그러니 당시 일류로 알려져 있던 대전중·공주중·강경상업·공주사범 등에 붙으면 온 동네가 경사 났다고 떠들썩했다. 금단추 뻔쩍이는 검은 교복과 교모를 쓰고 고향에 가면 이웃 사람들이 몰려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우쭐해 하던 시절이었다.


공주중학교 교사는 시내 상단에 위치하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래로 멀리 내려다보이는 산성공원과 시내 중심부를 흐르는 제민천과 어울려 잘 짜여진 도시 형태는 지난날 충남의 도청 소재지였음을 일깨워 주었다. 공주는 거기에다 공주중학교·공주농전·공주여자사범·공주여자중·영명중 등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중등교육기관이 집중되어 있어 교육도시로 각광을 받던 고장이다.

 

공주중학교 본관.


이름 아침이면 학생들이 시내를 가로질러 등교하는 활기찬 모습은 공주에서나 볼 수 있는 교육 도시다운 면모였다. 그러나 내가 중학에 다닐 때는 2차 대전 와중이라 중학교 교복은 마치 군복 차림과 같아서 학생이라기보다는 군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서슬을 세웠다. 본정통을 걸어 학교로 들어가다 보면 본관 2층 중심부에 부착된 교표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일제 강점이라는 시대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우리의 앞날에 희망을 비춰주는 듯했다.


교문을 들어서면 잘 가꾸어진 조경(造景)이 눈에 들어오고 말끔히 단장된 2층 본관과 웅장한 모습의 과학관, 전교생이 들어가도 여유가 있는 강당이 있었다. 배수 시설이 잘 되어 비가 온 후에도 곧바로 운동할 수 있는 넓고 규격이 잘 짜여진 운동장과 그 전면에는 편히 앉아 관람할 수 있는 벚꽃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스탠드가 있었다. 그 담장 너머로는 기숙사가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는 등 학생들에게 진리탐구와 인격도야(人格陶冶)의 도장으로 손색없는 학교였다. 나는 이런 배움터에서 비록 전시의 제한적인 교육이기는 했지만 마음껏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같은 분위기도 잠시뿐 일본이 본격적으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하면서 사회 전반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교과 과정이 대폭 개편되면서 교련과 정신 강좌가 늘고 근로 동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대륙을 석권한 일본군은 여세를 몰아 동남아의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폴 등을 차례로 점령해 가고 있었다.


야마시타(山下) 장군이 영군 ‘퍼시벌’사령관으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자 일본인들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마침내는 “성전(聖戰)을 완수하려면 학도들이 선봉에 서야 한다”고 몰아대는 바람에 학교는 흡사 병영과도 같았다. 연일 총을 메고 군사 훈련을 받거나 출정 군인(지원병)집의 모내기 돕기, 군수 공장에 가서 중노동 하는 일에 시달렸다.

 

부여 신궁(神宮) 부지 작업과 조치원역에 가서 군수물자 싣기, 대전 비행장 터 닦기에 동원되었던 기억들이 잊을 수가 없다. 이렇듯 고달픈 근로동원에 불만을 품고 ‘스트라이크’를 일으켰다가 주동자들이 호된 벌을 받은 일도 있었다. 그때 교육은 차선(次善)일 뿐 이른바 여름에 모서(冒署), 겨울엔 모한(冒寒) 훈련의 연속이었다.

 

요즘 학교생활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극한 훈련이었다. 야간행군과 저녁식사 후엔 완전무장을 하고 운동장에 집합, 일장 훈시를 듣고 왕복 24km의 행군에 나서서 돌아올 땐 잠이 와 대열에서 눈을 감고 걷던 일, 다음 날 아침 부족한 수면을 채우느라 골아 떨어졌던 일, 부여 신궁을 짓는 데 땀깨나 흘렸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나마 하루 수업이 끝난 방과 후에는 운동장에 나가 각자가 자기 취미에 맞는 운동을 하며 몸을 풀 수 있었던 것은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학교의 체육과목 중 단련(투기)엔 두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검도’요, 다른 하나는 ‘유도’로 둘 중 하나는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무도관에선 매일 쿵쿵거리며 메어 꽂히는 소리와 시나이(竹刀)가 부딪치는 소리들로 시끌벅적했다. 검도나 유도 중 택한 과목은 졸업할 때까지 해야 했는데 나는 유도부에 들어가 강당에서 다다미를 깔고 비지땀을 흘리며 엎치락뒤치락 단련을 하였다.


체육 종목엔 또 ‘철봉’과 ‘수류탄 던지기’ ‘총검술’ 등이 있었는데 나는 행군에 관한 한 단 한번도 남한테 뒤진 일이 없었다. 오늘날 이만큼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그때 행군을 통해 단련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도리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행군은 학교―미나리광―산성공원―공동묘지―금강교 건너기가 주된 코스였는데 일본인 교사들은 하나같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학생들을 들볶았다. 그중에는 한국인 교사도 시막스럽게(거칠고 사납게) 굴어댄 이가 있어 해방을 맞아 학생들로부터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근로 동원이나 훈련을 받다가 휴식 시간이 되면 오락으로 이어지는데 오락이래야 군가를 합창하는 게 고작이었다. ‘쟈바(인도네시아)는 상하(常夏)의 나라/ 남녘 나라 적도(赤道) 아래/ 밤하늘에 번쩍이는 십자성/ 아득한 조국이여/ 그날의 깃발이여/ 눈앞에 아른거린다’느니 「군함 행진곡」 「새벽녘에 전승을 비노라」 등 선동적인 것들이었다.


이는 일제의 광분상을 말해 주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더없이 고달픈 나날이었지만 그때는 온 민족이 시달리던 시대였다. 농사지은 쌀은 모두 군량미와 일본 본토인 몫으로 빼앗아가고 만주에서 들여온 콩깻묵〔大豆粕〕으로 연명하다 그나마 떨어지면 초근목피로 목숨을 부지하였다. 겨울엔 시래기를 삶아 먹고 봄엔 산나물과 아카시아꽃을 훑어다 메밀가루에 버무려 쪄 먹던 상황이었다.

 

젊은이는 지원병, 장년은 징용, 처녀들은 정신대로 줄줄이 끌려갔다. 전쟁 초기 파죽지세로 남방을 석권하던 일본군이 차츰 전세가 불리해지자 농가의 수저·양푼, 심지어 놋쇠 요강까지 수탈해 갔다. 아녀자들에겐 아주까리 재배와 광솔 기름을 짜도록 강요, 그것을 기계와 비행기 기름으로 대용하려 했으니 당시 전세가 어떠했는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그야말로 압제와 빈곤의 일제 치하에서 굴욕의 시대였다.

        
         

배너
배너

배너

행정

더보기
5년 주기로 실시 하는 '의약품 품목갱신 제도'...안전성.유효성 강화 디딤돌 되나 의약품 품목갱신 정보가 유통 중 의약품 현황 파악 및 개발·출시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식약처가 최신 의약품 안전 정보를 반영하여 주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의약품을 관리할 경우 의약품 안전확보 강화에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식약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품목갱신 대상 의약품은 총 9,495개 품목이었으며, 이 중 6,878개(73%) 품목이 갱신됐다. 의약품 갱신제도로 인해 품목허가가 실제 유통되는 의약품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24년도 갱신율은 제도시행 초기 대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의약품의 갱신율은 70%로 ’18~’23.6월동안의 갱신율 42%와 비교했을 때 대폭 증가했다.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2024년 갱신된 품목 중 ‘바클로펜’ 정제 18개 품목 등 총 54개 품목에 대해 허가사항 변경 조치를 실시했다. 조치내용은 ▲‘바클로펜’ 정제의 소아 투여량을 체중당 용량으로 변경하고, 연령별 최대 투여량 설정 ▲‘트리플루살’ 캡슐제 효능·효과 중 혈전증에 의한 합병증을 포함한 동맥혈전색전질환의 ‘예방’을 ‘재발방지(2차예방)’으로 변경 ▲‘디오스민’ 캡슐제에 대하여 수유부 금기를 추가하는 등 사용상

배너
배너

제약ㆍ약사

더보기
대우제약,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 지배력 강화 되나... 레바미피드 1.5% 일회용 점안액 3상 성공 대우제약㈜(대표이사 지용훈)은 24일 안구건조증 치료제인 레바미피드 1.5% 일회용 점안액의 3상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 성공적으로 임상을 종료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량신약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레바미피드(rebamipide)는 뮤신 생성과 분비를 촉진시켜 안구건조증 치료에 탁월한 성분.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레바미피드 2.0% 점안액이 출시됐으나, 물에 잘 녹지 않는 성분 성질 때문에 현탁액 제제로 만들어져 이물감과 자극감, 특유의 쓴맛을 갖고 있다.국내에서는 2개 제약사 공동 개발로 2023년 3월 동일 농도인 2% 수용액 개량 신약으로 출시한 뒤 다회용과 일회용으로 판매 중이다. 의약품 처방 통계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레바미피드 2.0% 점안제 시장은 2024년도 다회용 16억 원, 일회용 72억 원으로 총 90억 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로 성장했다. 다만, 다회용 제품은 현탁 발생 이슈로 당분간 공급 중단 상황에 있다. 이런 시장 상황 가운데 대우제약이 동일 성분 1.5% 일회용 점안액 임상 3상에 성공하고 개량 신약 허가 신청을 낸 것. 이를 기념해 지난 4월 1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임상 3상에 참여한 8개 병원

배너
배너
배너

의료·병원

더보기
보양식도 사람마다 효과 상이, 체질에 맞는 보양식 필요 한국 고유의 의학인 사상의학은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으로 사상체질을 구분한다. 체질 별로 가장 중요한 핵심 에너지를 보명지주(保命之主)라고 하는데, 보명지주가 약해지면 다양한 병적 증상이 나타난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사상체질과 황민우 교수와 함께 사상체질 별 보명지주가 약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이에 대한 보양 방법을 알아본다. 체질‧몸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 소증(素證)사람마다 타고난 사상 체질과 건강 상태를 드러내는 징후를 사상의학에서는 ‘소증(素證)’이라고 한다. 소증은 특정 증상이나 질병이 발현되기 이전의 몸 상태를 나타내는 임상 정보를 의미한다. 세부적으로는 수면, 식욕 및 소화, 배변 및 배뇨, 땀, 한열 상태 등으로 분류한다. 이를테면 평소 잠을 깊게 자는지 자주 깨는지, 대변이 무른 편인지 굳은 편인지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수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환자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판단하게 된다. 소증의 이상, 보명지주 약화로 이어져소증의 이상 변화가 지속되면 보명지주(保命之主)가 약해질 수 있다. 보명지주(保命之主)는 사상의학에서 사상체질별로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에너지를 일컫는 말이다. 자신의 체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