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중단까지 권고받았던 말기 간경변 환자가 뇌사자 간이식을 받은 후 지난 24일(화) 건강하게 퇴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교수(이식외과)는 간경변 말기로 심각한 합병증이 와서 연명치료중단(DNR)을 권고받은 김민철 씨(가명)가 간이식대기자 응급도 평가 (MELD) 40점으로 최고 응급 단계에서 뇌사자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아 5개월간 전인적 치료를 받은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김민철 씨(경기도 광명, 66세)가 처음 ‘간이식’ 단어를 접한 것은 8년 전이다. 당시 간경변으로 인해 집 근처의 종합병원 의료진으로부터 간이식을 권유받았다.
가족들의 상의 끝에 김 씨의 아들이 생체 간이식 기증을 위해 검사를 받았으나, 간에 큰 혈관종이 있고 해부학적 구조가 좋지 않아 아버지에게 간을 띠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아버지도 이식을 받지 못하고, 약물치료 등 계속 보존적 치료를 받아 왔다.
설상가상으로 1년 뒤, 김민철 씨는 간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고주파 치료를 통해 재발 우려를 없앴으나, 간 기능은 회복되지 못했다. 몸에 복수가 차고, 간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의식 상실 상태인 ‘간성 혼수’가 반복됐다.
올해 3월에는 간성 혼수와 복수가 심해지고, 신장기능까지 떨어져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간성혼수, 복막염, 폐렴, 패혈증 쇼크가 와 전신상태가 매우 악화됐다. 의료진은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기, 지속적 신장투석기로 치료를 해야 하자, 김민철 씨의 소생가능성이 적다고 판단, 김 씨에게 연명치료중단(DNR)을 권고했다.
아들 김 씨는 “당장 내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더라도, 아버지를 꼭 살리고 싶어, 좀 더 큰 병원에 아버지를 치료해 달라고 요청하게 됐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김민철 씨는 병원 간 의료진의 협력으로 3월 18일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로 전원됐다. 전원 당시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기 뿐만 아니라 지속적 신장투석을 받는 상태에 쇼크까지 있어 승압제를 달고 있는 상태였다. 간이식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에서는 40점으로 최고 응급 단계에 속했다.
다행히 뇌사자가 발생해, 다음날 19일 바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이 시작됐다. 6시간의 수술 도중 생사를 오가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수술이 잘 마무리됐다. 수술 후 간기능 뿐만 아니라 신장기능도 회복돼 지속적 신장투석기를 제거하고 빠른 회복을 보였다.
그러나, 수술 후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으나, 이식수술 받기 전 장기간의 전신상태 악화 및 호흡근을 포함한 근육의 소실로 5일째 되던 날 다시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게 됐다.
수술 후 13일째 투석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병실에 올라와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됐지만, 다음 날 또 호흡이 약해져 결국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가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이식수술 후 5개월간 치료를 담당한 이식외과 이재근 교수는 “환자와 가족이 포기하고픈 순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라며 “중증 환자 간이식을 통해 살렸던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히 좋아질 수 있는 환자도 있다”라고 하며 희망을 전했다.
이교수는 “간이식하고 간수치의 정상화가 끝이 아닌, 생사의 문턱에서 모든 장기와 근육이 망가졌을 때 전인적인 치료와 완벽한 재활이 꼭 필요하다”라며 “환자의 인생을 바꾸는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