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이 올해 하반기 중입자치료기 완전가동을 계기로 통합형 암 치료 플랫폼의 비전을 본격화한다. 암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케어시스템을 구축하고, 난치 암 극복을 위한 신약 임상과 중개연구, 다학제 진료, 로봇수술 그리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전방위 암 치료를 고도화한다.
연세암병원 최진섭 병원장은 17일(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대 난치암의 치료 성적을 밝히며 중입자치료를 포함한 전방위 암 치료 시스템 구축 로드맵을 밝혔다.
■ 국내 암 치료 선도 56년, 중입자치료 본격 확대
연세암병원은 1969년 국내 최초 암 치료 전문기관으로 설립됐다. 이후 국내 처음으로 선형가속기를 도입하고, 골수이식에 성공하는 등 암 치료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또 국내 최초로 로봇 수술기를 도입하고, 2023년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하는 등 최신 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네이처(Nature) 선정 세계 암 연구 분야 100대 의료기관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진섭 병원장은 “지난 56년의 암 치료 경험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연세암병원은 암 치료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라며 “하반기 중입자치료기를 완전히 가동하며 신약 치료, 중개연구, 다학제 진료, 로봇수술 등 전방위 암 치료 시스템을 갖추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정밀의료를 통해 암 치료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 폐·간·췌장 3대 난치 암 생존율, 국내 평균보다 높아
연세암병원의 대표 난치 암 치료 성적도 주목된다.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2015~2019년까지 5년간 국내 폐암의 상대 생존율은 34.7%인데 반해 연세암병원의 상대 생존율은 43.7%다. 같은 기간 간암의 경우 국내 상대 생존율은 37.7%, 연세암병원은 39.9%로 나타났다. 췌장암의 경우 연세암병원의 상대 생존율은 16.5%로, 국내 상대 생존율 13.9%보다 높다.
폐암은 기존 표준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주기에 걸친 신약 임상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기존 면역, 표적 및 세포독성 항암제에 내성을 보인 환자를 위한 치료 대안을 제시하는 중개연구를 진행 중이다.
실제 폐선암 4기 환자가 2014년 1세대 표적치료제 효과가 없어 3세대 표적치료제 1상 임상연구에 참여해 8년 이상 생존한 기록이 있다. 또한 83세의 고령으로 폐 기능이 충분하지 않고 장기간의 만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 대신 중입자치료를 시행해 종양을 소멸시키고 현재 무병 상태로 관찰 중이다. 중입자치료는 치료가 어려운 폐암 환자에게 있어 기존의 방사선 치료법인 ‘정위체부방사선치료(SBRT)’ 보다 부작용 발생 위험이 적어 긍정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전립선암에 이어 지난해 6월 폐암 환자에게 적용을 시작한 중입자치료는 지금까지 30명의 폐암 환자를 치료했다.
간암은 간 기능과 종양의 진행 정도, 심장이나 신장 질환 동반 여부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 적용한다. 근치적 치료 방법인 수술과 간이식, 국소 소작술(고주파 열치료, 냉동치료)과 함께 간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 색전술, 외부 방사선 조사, 전신 치료(항암치료, 면역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며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71세 간암 환자의 경우 14cm의 다발성 간암 진단을 받고 13차례의 항암치료로 암 종괴가 8.5cm로 줄어들었고, 수술을 통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중입자치료기 도입으로 근치적 치료 효과 또한 상승하고 있다. 갠트리(회전형)치료기를 가동하며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간암 부문에서는 간 부분 절제술 후 간 내 재발 환자 등 기존에 치료가 제한적이었던 사례를 포함해 총 17명의 간암 환자들이 치료받았다.
췌장암은 다양한 신약·항암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크게 높였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8.8%였던 상대 생존율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6.5%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췌장암 신약·항암치료에는 현재 연세암병원에서 120명 이상의 임상시험 전문가들이 참여해 연 400건 이상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다 임상연구 건수다. 중입자치료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췌장암 환자 100명이 중입자치료를 받았다.
치료 환자 중 70대 여성 췌장암 3기 환자는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고 중입자치료 후 8개월 추적검사에서 종양의 크기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는 흔적만 남아있다.
■ 하반기 중입자 완전가동…전방위 치료 시스템 가동
연세암병원은 그간 쌓아온 임상·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난치 암 정복을 위한 인프라 확대와 함께 치료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입자 갠트리 치료기 1대를 추가 가동한다. 새 갠트리 치료기를 포함해 총 3대의 치료기가 가동되며 두경부암, 골육종암 등으로 치료 암종이 확대된다. 또한 기존의 치료 방법들과 중입자치료의 병용을 통해 최적의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어 갈 것이다. 국소진행성 환자 중 중입자치료가 어려웠던 환자군에 대한 적용을 확대하고, 소수전이암 환자에서도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중입자치료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난치 암 극복을 위한 신약 임상시험과 중개연구도 더욱 확대한다. 2014년 신약 임상 전용 병동을 개소한 이후 꾸준히 면역·표적항암제 등의 임상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다국적 제약사와 MOU를 맺고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에 협력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기관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 난치 암 정복을 위한 연구/치료 플랫폼 고도화
로봇수술 영역도 강화한다. 로봇수술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 기간도 짧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 연세암병원은 로봇수술 분야에서 국제표준으로 인정받는 술기를 개발해왔으며, 2023년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4만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증가하고 있는 로봇수술 비중에 맞춰 5세대 다빈치 로봇수술기 추가 도입 등 외과적 치료 역량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치료 지원 시스템 또한 구축했다. 현재 연세암병원은 정밀의료 실현을 위해 암 빅데이터 플랫폼 ‘CONNECT’를 활용하고 있다. CONNECT는 연세암병원과 국립암센터 등 10개 암 치료 기관에서 생산한 표준화된 암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암 특화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이에 더해 연세의료원의 통합 연구 플랫폼과 암 정밀의료DB 등을 함께 활용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난치 암 정복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로봇수술 영역에 AI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정밀한 수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수술 보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최근에는 암 환자의 조직 병리 사진을 분석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약 2만 3000여 유전자 중 단 4개만 활용해 예측 정확도를 15%까지 높이는 결과를 보였다. 연세암병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결합해 정밀의학 기반의 미래 의료를 선도하기 위해 더욱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연세암병원은 단순한 치료 중심의 접근을 넘어 암이라는 질환의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하고자 암예방센터, 암지식정보센터, 개인맞춤치료센터, 흉터성형레이저센터, 완화의료센터 등 5대 특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들은 진단 전 단계부터 치료 후 회복과 삶의 질까지 포괄하는 ‘암의 전 생애주기(Cancer Life Cycle)’ 개념에 따라 운영되며, 각 환자의 질병 단계에 맞춘 심리적·신체적 지원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암 치료는 단순한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끝나지 않는다. 진단 직후의 공포와 불안, 치료 과정의 부작용, 치료 종료 이후의 회복과 재발 관리, 그리고 말기 환자의 삶의 질 유지까지 암 환자들이 겪는 전 과정은 고도로 통합된 지원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연세암병원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부문별 전문성을 가진 센터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환자 중심의 통합적 치료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진섭 병원장은 “연세암병원은 대한민국 첫 암센터로서 로봇수술, 중입자치료 등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왔다”라며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치료 플랫폼을 발전시켜 환자들이 최상의 의료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