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을 적정하게 사용했음에도 예기치 않은 중증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보상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가 시행 10주년을 맞아 전면적인 개편에 나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후 5년간(2026~2030년) 제도의 방향을 담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빠르게·충분하게·촘촘하게’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운영 개선을 넘어, ‘신청하기 어렵고 보상은 부족하다’는 그간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손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보상 범위는 확대됐지만, 복잡한 절차와 제한적인 진료비 보상으로 인해 실제 환자 체감도는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 “서류부터 장벽”… 접근성 문제를 제도 핵심 과제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청 절차의 대폭 간소화다.
기존에는 동의서와 서약서 등 다수의 서류 제출이 요구돼, 고령 환자나 중증 부작용 환자에게는 제도 이용 자체가 부담이 됐다.
식약처는 이를 하나의 통합 서류로 단순화하고, 부작용 환자 퇴원 시 의료진이 직접 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지원하는 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피해구제를 ‘사후 행정 절차’가 아닌 치료 연장선의 공적 지원으로 위치시키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200만 원 이하 소액 진료비의 경우, 인과성이 명확하면 대면 심의가 아닌 서면 심의로 신속 지급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상근 자문위원 체계 도입 역시 ‘심의 대기’로 인한 지급 지연 문제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 진료비 보상 확대… “입원만 보상” 한계 넘는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보상 범위의 실질적 확대다.
그동안 피해구제 제도는 입원 치료비 중심으로 설계돼, 실제 부작용 진단과 치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래 진료비는 보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식약처는 부작용과의 인과성이 인정될 경우 입원 전 진단을 위한 외래 진료 퇴원 후 지속 치료를 위한 외래 진료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중증 부작용 치료에 한계로 지적돼 온 진료비 상한액도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상향된다. 독성표피괴사융해(TEN) 등 고액 치료가 불가피한 사례에서 환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 ‘보상 이후’를 겨냥한 예방·안전망 강화
이번 계획은 피해 발생 이후 보상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와 사각지대 해소를 제도 목표로 명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피해구제 급여가 지급되면 해당 정보가 즉시 의약품 안전사용정보(DUR) 시스템에 연동돼, 동일 환자에게 같은 부작용 약물이 다시 처방되는 것을 차단한다.
이는 피해구제 제도가 개별 환자 보상을 넘어 의약품 안전 관리 체계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항생제, 진통제, 항경련제 등 피해구제 다빈도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집중 홍보를 통해, 그동안 피부 알레르기 중심으로 인식돼 온 피해구제 제도의 범위를 간·신경계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 지속 가능성 확보… 업계 부담과 이용자 권리 사이
운영 측면에서는 제약업계 부담금 제도의 합리화가 추진된다.
부담금 부과·징수를 연 1회로 통합해 업계 행정 부담을 줄이는 한편, 민사소송이나 합의금을 받은 경우 피해구제급여를 제한하는 근거를 명확히 해 이중보상 논란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피해구제급여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심판 이후에도 재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보완해 이용자 권익 보호를 강화한다.
이는 제도의 재정 안정성과 국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 “보상 제도에서 안전망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그동안 ‘있지만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5개년 계획은 접근성·보상성·예방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며, 제도를 단순 보상 체계에서 국가 차원의 의약품 안전망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밝힌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끝까지 책임지는 정부의 약속”이라는 표현은, 이번 계획이 단기 개선을 넘어 제도 철학 자체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