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발표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관련 설명자료’에 대해 “장기 추계에 부적합한 모형과 왜곡된 지표를 사용해 ‘의사 부족’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치를 끼워 맞춘 비과학적 추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특히 의료이용량 추계에 ARIMA 모형을 적용한 점, 진료비를 의사 노동량의 대리지표로 사용한 점, AI 생산성 효과를 사실상 무력화한 적용 방식 등을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1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추계위원회는 장기 인력 전망에 적합하지 않아 선진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ARIMA 모형을 주된 의료수요 추계 도구로 활용했다”며 “과거 증가 추세를 그대로 연장하는 방식으로는 인구 감소, 정책 변화, 기술 발전 같은 구조적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추계위 회의자료에 따르면 ARIMA 방식으로 산출된 결과에서는 2050년 6064세 남성 1인이 연간 3435일 외래 진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원은 이를 두고 “의료이용이 무한히 폭증한다는 비상식적 전제에 기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데이터 사용 기간과 관련해서도 의료정책연구원은 “통계적 신뢰도를 이유로 2000년부터의 데이터를 고집한 것은 의료이용 패턴의 구조적 변화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042010년 입원일수는 연평균 11.8% 증가했으나, 20102023년에는 증가율이 1.9%로 급격히 안정화됐다. 그럼에도 추계위는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한 민감도 분석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입원·외래 업무조정비 산출 방식에 대해서는 “진료비를 의사 노동량으로 치환한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MRI·CT 같은 고가 장비비와 재료비가 포함된 진료비가 의사의 노동투입을 대변할 수는 없다”며 “이는 돈을 땀으로 바꿔 필요 의사 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상대가치점수(RVU)나 의사 투입 시간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AI로 인한 의사 생산성 향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동시에 적용한 추계 결과에 대해서도 연구원은 “이중 왜곡”이라고 평가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OECD 문건에서 언급된 10년간 6% 생산성 향상은 보건의료 전체 인력을 대상으로 한 평균치일 뿐, 의사 AI 생산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국제 연구에서는 AI로 인한 의사 생산성 향상이 30~5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추계위는 이를 15년으로 나눠 연복리 0.04% 수준으로 희석했고, 여기에 제도화되지도 않은 근무일수 감소를 적용해 생산성 효과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조성법 시나리오 적용을 배제한 점에 대해서는 “불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방법론적 핑계”라고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조성법에 AI 도입과 정책 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의사 공급 과잉 가능성까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추계위가 시나리오 분석 자체를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WHO·OECD 기준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도입 요구는 외면했다고 덧붙였다.
FTE(전일제 환산) 적용 불가 주장에 대해서도 연구원은 “자료가 없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근무시간 자료는 이미 조사로 확보돼 있고, 심평원의 상대가치점수에는 의사 투입 시간이 명시돼 있다”며 “정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FTE 기반의 정교한 추계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밝혔다.
의료정책연구원은 보건복지부를 향해 “명확한 정책 목표 없이 추계 작업을 위원회에 떠넘기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 구조에서 결과를 강행했다”고 지적하며 ▲추계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 강화 ▲현장 중심 데이터 확보 ▲다양한 시뮬레이션 허용 ▲수급추계센터의 민간 위탁 등을 요구했다.













